고수온 기세 꺾이니 이번엔 ‘적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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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을 위협하던 고수온의 기세는 꺾였지만, 난데없는 ‘가을장마’로 적조 발생 우려가 커지면서 어민들의 잠 못 드는 밤은 계속되고 있다. 적조 발생 해역에 황토를 살포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등에 업고 경남 남해안 양식장을 위협하던 고수온의 기세는 꺾였지만, 어민들의 잠 못 드는 밤은 계속되고 있다. 난데없는 ‘가을장마’로 적조 발생 우려가 커진 탓이다. 여름 내내 고수온과 사투를 벌이느라 기진맥진 상태인 어민들은 연이은 불청객 등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남해안 해수 온도 섭씨 26도
양식 어류 떼죽음 크게 감소
불청객 ‘가을장마’ 북상
부영양화 계속 땐 적조 불러
연이은 악재 어민들 기진맥진

18일 경남도에 따르면 최근 고수온 추정 양식어류 떼죽음 피해 신고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주 하루 최대 130만 마리에 달했지만, 이번 주 들어 20만 마리 내외로 감소했다.

주말을 전후해 쏟아진 집중호우에 수온이 섭씨 26도 선까지 떨어진 덕분이다. 적정 수온보단 1도 정도 높지만, 바다 생물 생장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고수온에 노출돼 피로가 누적된 물고기가 많아 폐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8일까지 신고된 피해량은 650만 마리에 92억 5000만 원 상당이다. 도내 최대 양식장 밀집 지역인 통영이 440만 마리로 가장 많다. 이어 거제 57만 마리, 남해 55만 마리, 하동 41만 마리, 고성 3만 마리로 집계됐다.

이 중 470만 마리가 고수온에 취약한 우럭(조피볼락)이다. 아직 지자체 확인 절차가 남았지만, 신고량만 놓고 보면 역대 최악의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2018년(686만 마리, 91억 원)을 넘어섰다.

마르지 않는 하늘 덕에 펄펄 끓던 바다는 식었지만, 어민들은 여전히 안절부절못한다. 또 다른 불청객 ‘적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가을장마’라 불리는 정체전선의 북상으로 다음 주까지 전국에 잦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특히 주말인 21~22일 남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예상된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적조는 부영양화로 인한 현상인데, 이맘때 내리는 비는 육상의 각종 영양분을 바다로 공급해 적조 발생을 부추긴다. 게다가 수온 25도는 유해성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 번식에 최적의 환경이다.

점액질 성분의 코클로디니움은 물고기의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한다. 보통 개체 수가 1000/mL일 때 폐사가 발생한다.

그러나 올해는 한 달여 가까이 지속한 고수온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사료 섭이도 중단돼 충분한 영양 공급이 어려워 체력은 물론 면역력도 바닥이다. 평소라면 충분히 버텨 낼 저밀도 적조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과원에 따르면 현재 남해안 전역에 무해성 규조류와 편모조류 등 경쟁생물이 우점해 있어 단기간 내 적조 발생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경쟁 생물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데다, 강우와 일사량 등의 기상변화가 잦아 지역에 따라 적조가 빠르게 세력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는 게 수과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전남 연안에 적조 예비주의보를 발령해 놓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적조 피해는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5년 1300만 마리를 기록한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경남에선 2013년 2500만 마리(217억 원 상당)가 집단 폐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2019년에도 221만(36억 원) 마리가 적조에 떼죽음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관련 피해가 없었다.

수과원은 “자체에서는 적조 예찰에 만전을 기하고, 어민들은 필요시 먹이 공급량 조절, 야간 산소발생기 가동, 적극적인 방제 활동으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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