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중개수수료에 드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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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남의 물건을 맡아 대신 팔아 주는 객주가 있었다. 일종의 위탁판매인인 셈인데, 객주의 위상이 나름 높아 흥정이 시작될 때는 직접 나서지 않고 따로 거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거래를 중개하는 거간업은 관청의 규제가 덜한 덕에 비교적 자유로워서 말거간, 소거간, 포목거간, 소금거간 등 종류도 많았다. 그중엔 집이나 땅을 전문으로 하는 거간도 있었는데 이들을 특별히 가쾌라 불렀다.

가쾌들은 별도의 영업장을 갖고서는 복덕방이라 일컬었다. 자신들의 영업이 복덕(福德)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이니, 제법 자부심이 컸던 모양이다. 가쾌들은 집이나 땅 매매를 성사시킬 경우 중개료를 받았는데 입으로 일해서 버는 돈이라는 의미에서 구전(口錢)이라 했다. 1890년 무렵 제정된 ‘객주거간규칙’을 보면 당시 구전은 거래액의 1% 정도였지만 일률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가쾌들의 영업 규칙은 일제강점기에 ‘소개영업규칙’이란 이름으로 정비됐고, 광복 후에도 일정 기간 유지되다 1961년 ‘소개영업법’으로 개편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개수수료는 가쾌 당시의 구전이 거의 그대로 답습됐다. ‘소개영업법’이 1983년 폐지되고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되면서 복잡한 중개수수료 체계가 갖춰졌고, 이후 여러 번 개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랬던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요즘 논란 속에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수료도 함께 급등하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탓이다.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는 세 가지 개편안을 마련해 17일 공개 토론회에 붙이기도 했다. 개편안 내용에 따라 소비자와 중개인의 이익이 크게 상충하는 모양이다. 집 한 채 거래하는 데 드는 수백만 원의 돈이 아까운 소비자로서야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를 바라지만, 중개인들은 “부동산 폭등 폐해의 책임을 왜 우리가 떠안아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한쪽이 옳다 그르다 하기에 앞서 선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부동산 매매 시 중개인들이 하는 일은 매일반인데 어째서 중개수수료가 집값에 연동돼야 하는지 말이다. 1억 원짜리 집이든 10억 원짜리 집이든 매수인과 매도인을 연결해서 계약에 이르게 하는 프로세스는 같지 않은가. 거기에 품이나 비용이 특별히 더 들어가거나 책임 요건이 더 강해지는 건 아닐 텐데…. 여하튼 요상한 제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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