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 무연고사 급증 부산 ‘공영장례’ 내실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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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율이 높은 부산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2017년에서 2020년 사이 총 974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과 고독으로 외롭게 살다가 마지막까지 아무도 돌봐 주지 않는 비참한 죽음을 맞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60대 1인 가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부산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연고 사망이란 시신을 인도받을 법적 가족이 없는 경우를 말하지만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사례까지 포함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아무런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 일만큼 비참한 일이 있을까. 성숙한 공동체라면 어떤 사람이라도 인간으로서 존엄한 죽음에 들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어야 마땅하다.

노인 빈곤율 반영된 우울한 자화상
존엄한 죽음 사회적 차원의 지원을

부산의 무연고 사망자 실태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10명에 7명꼴은 연고가 있다는 점이다. 무연고 사망자 974명 가운데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가 무려 658명에 달한다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자식을 비롯한 가족들이 있는데도 경제적인 이유로 인간적인 도리까지 외면하게 만든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연고로 사망한 974명 중 70%가 넘는 691명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실이 그런 현실의 고충을 방증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부실한 안전망에서 빈곤이 발생하고 이 빈곤이 무연고 사망이라는 비극을 낳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적나라한 풍경이 부산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관할 지자체에 의해 곧장 화장장으로 옮겨져 처리된다고 한다. 부고도 빈소도 조문객도 없기 때문에 장례라기보다 시신 수습에 가깝다. 현행법으로는 가족이 아니라면 이웃이나 주변에서 장례를 치러 주기도 힘들게 돼 있다.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최소한의 품위와 존엄이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공영장례다. 부산에서는 8월 초 서구 지역 무연고자 2명을 대상으로 공영장례가 치러진 바 있다. 하지만 부산 지역 16개 구·군 중 조례가 있는 곳은 5곳이고 이마저도 지원 내용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아직 부산시 차원에서는 관련 조례가 없는 실정이다. 2018년부터 조례를 만들어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한 서울시와 대조적이다.

부산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독사와 무연고자 사망이 늘어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난이나 또 다른 이유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사망자에 대해 최소한의 추모 절차를 지원해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적인 도리이자 공동체의 책무이기도 하다. 부산에서도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내실 있는 지원 방안을 담은 공영장례의 정착이 화급한 이유다. 생전의 가난과 고독이 죽음 후로도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고인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문화가 널리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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