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日 식민 경험 불구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넘어서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 임지현

는 세심히 읽어야 하는 문제작이다. 20세기 일본에 의해 극악한 식민지 경험을 치른 한국이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식민 지배는 악랄하지 않았던가.

저자가 보기에 문제는 일본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2차 대전 말기 원폭 투하로 커다란 피해를 입은 자신들이 서양 제국주의의 진정한 희생자였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963년 일본 반핵평화활동가들은 아우슈비츠 해방 18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자신들을 아우슈비츠 희생자들과 동일선상에 놓으려 했다는 것이다. 독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대인 한나 아렌트는 패전 독일 르포에서 독일인은 패전의 고통만 끊임없이 말하며 자신들을 희생자로 생각한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 모두 “내가 너희보다 더 큰 희생자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희생자의식 민족주의가 세습되면 문제가 더 커진다. 자신들의 민족주의에 도덕적 정당성과 정치적 알리바이를 부여하는 기억 서사로 작동하면서 실감 없는 고착된 이데올로기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이 피해자라고 강변한다면 일본도 희생자라고 강변한다는 것이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21세기 기억 전쟁의 위험한 이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100% 순일한 피해도 없는 것이 우리 삶이고, 선악이 뒤섞인 게 역사라는 거다. ‘자기 민족의 희생을 절대화하고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 뒤에 줄 세우는 기억의 재영토화를 벗어나야 한다’는 일견 타당한 주장을 한다. 임지현 지음/휴머니스트/640쪽/3만 3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