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모두를 위한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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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한 몸과 예쁜 얼굴, 긴 머리의 바비인형은 오랜 기간 미인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통했다. 지금도 간혹 여자 가수나 배우를 칭찬할 때 ‘바비인형 외모’라는 수식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여성에 대한 이 같은 편견 때문에 짧은 머리에 바지 패션을 고집하면 여성스럽지 않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시대가 달라졌다지만, 이번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 논란을 보며 여전히 여성스러움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1959년 첫선을 보인 후 오랜 세월 원조 바비인형 외모를 고집했던 마텔사는 정작 2년 전 바비인형의 여성스러움을 포기했다. 2019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별이 없는 인형 컬렉션 ‘크리에이터블 월드(Creatable World)-모두를 위한 인형’을 출시했다.

인형은 짧은 머리가 기본이지만 긴 머리를 붙일 수도 있고, 바지도 치마도 입을 수 있다. 구두, 운동화, 장화를 신을 수도 있고, 안경을 쓰거나 베레모를 쓸 수도 있다. 인형은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다. 하얀 얼굴에 금발은 기본 사양이 아니다. 다양한 피부색과 머리 스타일, 체형을 가진 인형들이다. 물론 그전에도 히잡을 쓴 바비, 휠체어를 탄 바비 같은 시도가 있기는 했다.

몇 년간 판매율 저하를 겪고 있던 마텔사는 이 같은 선택으로 2020년 15억 달러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텔사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여성들을 기념하는 인형도 선보여 또 한 번 관심을 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동 개발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사라 길버트 교수를 비롯해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한 브라질 생물의학자 자클린 괴스데 지저스, 재사용할 수 있는 수술 가운을 개발한 호주 의사 커비 화이트, 뉴욕 브루클린 와이코프 병원의 응급실 간호사 에이미 오설리번, 인종차별에 맞선 의사 오드리 크루즈 등이다.

이 시리즈 역시 기존 바비인형과 많이 다른 생김새를 가졌지만, 그 어떤 바비 인형보다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은 2016년부터 이미 모든 완구류에 여아용, 남아용 구분을 하지 않고 있다. 차와 총에 열광하는 여자아이,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어색하게 느낀다면 이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뜻이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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