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르노삼성 지분 전량 매각” 26년 만에 車 사업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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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 지분을 모두 매각키로 해 26년 만에 자동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도 브랜드명을 내년 8월 이후 새 이름으로 바꿔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현재 보유 중인 르노삼성 지분 19.9%를 모두 매각하기로 하고 삼성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했다. 삼성카드는 지난주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에 매각 개요를 담은 투자설명서를 배포했다.

삼성카드 보유 19.9% 팔기로
내년 8월 후엔 브랜드 사용 못 해
르노삼성 회사명 변경 불가피
‘핵심사업 외 사업 정리’ 관측

르노삼성은 삼성카드 외에 르노그룹이 80.04%를, 우리사주조합이 나머지 0.0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르노삼성과 삼성전자·삼성물산이 맺은 브랜드 사용 계약의 경우 이미 지난해 8월에 종료됐고,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8월 이후 르노삼성은 ‘르노코리아’ 등 새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1995년 삼성자동차 출범 26년 만에 완성차 사업을 떠나게 됐다.

이번 삼성카드의 르노삼성 지분 매각 배경을 놓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삼성카드 측은 “여러 정황을 감안해 르노삼성 지분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어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사업을 제외한 주변사업 정리에 대한 주문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8월 브랜드 사용을 놓고 양측 모두 재계약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사실상 결별수순을 밟는 모습이었다. 이어 이번에 르노삼성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카드마저 지분을 매각키로 하면서 2000년 르노그룹의 삼성자동차 인수 이후 이어져온 르노와 삼성의 21년간 동맹관계도 청산하게 된 것이다.

또한 최근 이어지는 르노삼성의 실적 부진과 전면 파업이 삼성 측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카드의 경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200억~600억 원의 높은 배당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올해 배당을 받지 못했고,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자동차는 지난 1995년 출범해 1997년 외환위기를 거쳐 2000년 르노그룹에 인수됐다. 삼성은 이후 삼성카드를 통해 지분을 보유하면서 배당 수익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통해선 브랜드 사용료를 각각 받으면서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부산·경남지역에선 1990년대 초반 지자체와 정치권, 상공계, 시민단체가 삼성자동차 유치위원회까지 결성해 힘들게 부산으로 유치했는데, 이제 삼성이 완전히 떠나고 르노만 남는 데 대해 대체적으로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으로는 르노삼성의 홀로서기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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