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독소조항·과도한 처벌… 여 ‘언론 통제’ 페달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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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결국 단독 처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강한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 위축을 통한 언론 통제’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와 숙의가 필수적인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치적인 의도가 ‘불순하다’는 비판이다.

이날 상임위 문턱을 넘은 개정안은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 보도로 인해 재산상 손해 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통상적인 배상액보다 5배의 소위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다. 민주당의 주된 입장은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강화 차원에서 징벌적 배상 시스템을 만들어 악의적인 거짓 정보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유사 언론 등이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경우를 경제적인 이익을 박탈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민사회 강한 우려에도 강행
숙의 생략, 절차적 정당성 무시
법사위 거쳐 25일께 본회의 상정
징벌 손배·열람차단권 악용 소지
정정보도 청구기간 연장도 논란

반면 야권과 다수의 언론·시민단체에선 현행법상 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허용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리가 가중, 민주주의 기본원리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 제출한 전문가 의견 진술을 통해 “표현행위가 ‘사실 적시’인지, ‘주장’ 또는 ‘가치판단’인지가 불명확하고, 손해 발생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순히 표현행위가 ‘가짜’라는 이유로 이를 외부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의 위축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허위·조작 보도 의미 규정이 모호하고, 언론사 매출액 기준 등의 불명확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개정안에 신설된 ‘열람차단청구권’을 독소 조항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안이 시행되면 보도가 개인의 사생활 핵심 영역이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 언론과 포털 등에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다. 해당 기사에는 ‘이 기사는 열람 차단이 청구된 상태입니다’ 등의 표시를 하고 기사 내용은 가려진다. 이를 두고는 권력자들의 악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정치·문화 권력자들이 언론의 반론 기회를 ‘일부러’ 회피·무시한 뒤, 언론 중재 등을 신청해 마치 보도에 잘못이 있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들이 열람차단청구권을 남발하면 이런 행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차단청구가 적용된 소위 ‘가려진’ 기사에 대한 사회적인 궁금증이 오히려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리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험적인 걱정도 있다. 과거 페이스북이 ‘논쟁 중인 기사’라는 표시를 한 뒤 영향력을 측정했는데, 이용자들이 이런 콘텐츠를 더 찾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개정안은 정정보도 청구기간도 연장하고 있는데, 이 역시 언론 자유 위축 요소로 꼽힌다.

법안 심사의 절차적 정당성도 논란 거리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소위, 전날 안건조정위에 이어 이날 전체 회의까지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불참 속에 처리를 강행했다. 18일 열린 안건조정위는 ‘야당 몫 위원’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배정하면서 꼼수 논란까지 불러왔다. 이날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도 위원장이 기립 표결을 통해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모두 문체위 회의장 밖으로 몰려와 3시간 가까이 항의에 나섰으나 ‘무위’였다. 문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많은 야당 의원이 기립 요구인지 거수 요구인지도 제대로 못 듣고 앉아 있었는데도 여당 의원들을 기립시켰고, 김의겸 의원이 제일 먼저 기립했다”며 “교조주의” “불법 표결” “의회 폭거”라고 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숙려기간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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