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아팠어" 친구 계부에 성폭행 당한 여중생 유서 공개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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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 이 유서는 A양의 부모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며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 이 유서는 A양의 부모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며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본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여중생 A 양의 유서가 공개됐다.

이 유서는 A 양의 부모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며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했다. A 양이 숨진 지 3개월 만이다.

A 양은 유서는 '사랑하는 부모님께(우리 가족들 너무 고마워)'란 말을 시작으로 쓴 편지지 2장에 빼곡히 담겼다.

유서에는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에게 미안함이 담겼다.

A 양은 "나 너무 아팠어. 솔직하게 다 털어주면 좋았을 텐데…. 다 털어버리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 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어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 아빠 누구보다 아주 여려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어.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해, 꼭"이라고 가족을 걱정했다.

가해자 처벌도 부탁했다. A 양은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어요.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렇지?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나게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고 했다.

이어 오빠와 부모·할머니에게 "너무 아파서 먼저 떠나겠다. 그만 아파지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고 인사했다.

A 양은 "중학교 친구들이 너무 그립다. 보고 싶다. 얘들아, 너희가 너무 그리워… 내 얼굴 잊지 말고 기억해줘"라고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심정을 남겼다.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부모들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딸의 유서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부모들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딸의 유서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서를 읽던 A양의 부모는 도중에 울음을 터트렸다.

A양 부모는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A 양은 지난 5월 12일 친구 B양과 청주시 오창읍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B 양의 계부 C 씨다. 의붓딸과 딸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C 씨는 5월 25일 구속됐다.

그는 7월 23일 비공개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자신의 집에서 딸과 친구에게 술을 먹인 혐의(아동학대)는 인정했지만, 성범죄에 대해선 모두 부인했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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