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SFTS’, 예방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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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북 경주에서 70대 A 씨가 과수원 작업 후 열이 나면서 의식을 잃어 병원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A 씨는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양성이 확인됐다. 6월엔 경북 안동에서 70대, 강원도 춘천에서 60대 1명이 각각 SFTS 확진 판정을 받았다.

SFTS는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발생한다. 2009년 중국 허난성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우리나라에선 2012년 강원도에서 감염된 환자가 장기부전이 발생해 숨지면서 알려졌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선 연평균 22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평균 38명이 사망해 치명률 16.8%를 보였다. 강원, 경북지역에서 특히 발생빈도가 높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가진 일부 진드기가 풀숲에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물어 발생한다. 국내에선 SFTS와 ‘쓰쓰가무시증’이 대표적인 진드기 매개 감염병으로 꼽힌다.

진드기에 물려 감염병 발생
‘쓰쓰가무시증’도 대표적 질환
고열·오심·구토 등 증상 보여
기피제 사용·긴 소매 옷 착용을


■치명률 높은 진드기 감염병

SFTS는 참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피참진드기가 매개체로 추정된다. 이 진드기는 주로 4~11월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드기에 물린 후 4~15일간 잠복기를 지나 고열(38~40도), 오심,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며, 혈액검사에서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 증상을 보인다. 심하면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치명률 높은 질환으로, 두통, 근육통, 신경계 증상(경련, 의식저하)이 발생하기도 한다.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에 환자가 크게 늘고, 특히 50대 이상 농·임업 종사자에게서 발생 비율이 높다. 다만,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반드시 SFTS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진드기 중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진드기는 0.5% 미만으로 추정된다. 건강한 사람은 진드기에 물려도 가볍게 앓거나 자연치유될 수 있다. 매우 드물지만 사람 간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양산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영혜 교수는 “2014년과 2015년, 지난해 병원에서 SFTS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한 의료진, 시신 염습을 담당한 장례지도사 등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증 SFTS 환자 사망 전후로 혈액이나 분비물과 닿을 경우 감염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풀밭에선 토시, 장화 착용

SFTS는 아직 치료제도 없고, 예방 백신도 개발되지 않아 치명률이 10~20%에 이른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풀밭에서 일하거나 풀숲·덤불에 들어갈 때는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 진드기로부터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야외에 나가기 전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진드기가 몸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긴 소매와 발을 충분히 덮는 신발을 사용한다. 야외에서 일할 땐 토시나 장화 등을 착용할 필요가 있다. 휴식 때 풀밭에 앉거나 눕지 않고, 돗자리를 사용하는 게 좋다.

활동을 마치고 나면 밖에서 입은 옷은 털어서 세탁하며, 바로 샤워해야 한다. 혹시 진드기가 피부에서 발견된다면 바로 손으로 제거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하거나, 어려울 경우 핀셋을 이용해 진드기를 제거한 뒤 소독하도록 한다.

조영혜 교수는 “SFTS 바이러스는 일반 소독제인 알코올, 세제 등에 노출되면 감염력을 잃는다. 야외에 다녀온 후 2주 내에 갑작스러운 고열, 구토, 설사, 복통 등 소화기 계통에 의심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치료를 받는 것이 증상 악화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추석 전후 쓰쓰가무시증 주의

또다른 진드기 매개 감염병으로는 쓰쓰가무시증이 있다. 쓰쓰가무시증은 쓰쓰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이 털진드기 유충 몸속에 기생하고 있다가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을 물었을 때 감염되는 질병이다. 논밭 등 풀이 있는 모든 장소에서 주로 감염된다. 9~12월 사이에 주로 발생하는데, 벌초·성묘가 있는 추석 전후에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진드기에 물리면 1~3주가량 잠복기를 거친 후 고열과 오한, 심한 두통, 근육통, 피부발진, 결막충혈, 림프절 종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5~20㎜의 특징적인 가피(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부위에 형성되는 부스럼 딱지)가 형성되나, 최근엔 가피가 없는 경우도 발견돼 의심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SFTS와 달리 쓰쓰가무시증은 사망률이 낮으며 적절한 치료약(독시사이클린)이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치료받으면 2~3일 내에 호전될 수 있다.

조영혜 교수는 “진드기에 물린다고 해서 무조건 진드기 매개질환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만약 진드기에 물렸다면 적절히 진드기를 제거하고 2주간 의심증상이 발생하는지 관찰해야 하며, 증상이 나타날 경우 빠른 시간 내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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