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HMM 파업 가결… 수출·물류 대란만은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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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에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HMM 해원노조(선원노조)가 올해 임단협 교섭 난항에 따라 22~23일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2.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 회사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도 조만간 파업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HMM 선원과 직원들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사태를 맞게 된다. HMM의 파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노사 간 열린 협상 의지가 요구된다. HMM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기울일 때다.

노사 임금 인상률 놓고 의견 차이 극명해
산업은행·정부 적극적인 중재 노력 절실

HMM 노사는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률을 놓고 큰 입장차를 보이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두 노조는 당초 임금 25% 인상과 격려금 1200%를 요구했다가 임금 8% 인상, 격려금 800%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임금 5.5% 인상안을 고집하던 사측이 노조 요구를 거부하며 임금 8% 인상,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 지급 등 방안을 최종 제시해 파업 위기로 치닫게 됐다.

노사 양측이 내세운 임금 인상안이 결코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 노조는 회사가 구조조정과 8년간의 임금 동결을 감수한 조합원들 희생 덕분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냈으니 임금 인상 등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특수 상황에 힙입은 해운업계의 반짝 실적이라며 큰 폭의 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HMM 회생에 3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막대한 국민 세금이 지원된 만큼 일시적인 성과로 잔치를 벌인다면 도덕적 해이가 될 수 있다는 게 사측 얘기다. 양측 주장에 일리가 있으므로 노사가 초강수를 두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 상대 입장을 감안해 재협상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마지막까지 좀 더 전향적인 방안을 갖고 교섭해 파국을 막기를 바란다.

HMM이 파업에 들어간다면 사상 최악의 수출·물류 대란을 피할 수 없다. 가뜩이나 국제 해상운임 급등과 선박 부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심각한 체화 현상을 빚고 있는 부산항의 물류 마비도 우려된다. 통상적으로 해운 물동량이 급증하는 3분기에 HMM이 멈추면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7년 한진해운 퇴출 이후 국내 기업들의 HMM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23일 해양수산부가 파업에 대비해 수출입 물류 비상대책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파업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산업은행과 정부가 일개 기업의 노사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신속히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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