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폐조선소 재생 사업, ‘토지 정화’ 갈등에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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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말뫼’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경남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 토지정화 기준을 둘러싼 논란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목을 기준으로 1~3급지로 차등화한 정화계획을 내놓자 환경단체가 1급지 일괄 적용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LH, 1~3등급지 차등 정화 계획
환경단체 “1급지 일괄 적용하라”
처리 비용에 차이… 첨예 대립
‘한국판 말뫼’ 프로젝트 하세월

24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LH는 최근 ‘통영 폐조선소 토양정화사업 민관협의회’에서 경희대학교 지구환경연구소가 정밀조사 결과와 토양환경보건법을 토대로 수립한 대상지 정화작업계획을 발표했다. 1지역은 주거·하천, 2지역은 상업·문화·관광, 3지역은 도로·공장용지다. 등급이 높을수록 정화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처리 비용 역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통영 폐조선소 부지는 1지역 9만 8842㎡(오염토양 15만 6714㎥), 2지역 6만 1215㎡(6만 5987㎥), 3지역 1만 6898㎡(1만 6196㎥)로 확인됐다. LH는 이에 맞춰 정화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반면 환경연합은 부지 특성을 고려해 오염이 확인된 모든 용지를 1지역에 준해 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바다와 맞닿은 공유수면 매립지는 어느 한 지점을 정화하더라도 스며드는 바닷물에 섞여 중금속과 환경유해물질이 이동해 주변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환경연합은 “옛 신아sb 내 오염 토양 정화는 기존 육상부와 기준이 달라야 한다.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지 않고 단편적인 기준만 적용한다면 법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상대 권중현 해양토목학과 명예교수도 “바다 매립지는 오염원이 남았다면 매일 두 번씩 찾아오는 간조와 만조를 타고 주변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지난 6차례 민간협의회를 통해 전체 1지역 기준 정화를 요구했고 잠정 합의했다는 게 환경연합의 주장이다. 환경연합은 “시민 건강권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면, LH는 이번 도시재생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LH는 잠정합의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환경단체가 주장한 내용일 뿐, 서로 합의한 사항은 아니다”며 “통영시의 정화 명령과 법적 기준에 맞춰 조치계획을 수립 중이고, 상충하는 내용은 계속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은 과거 지역 경제를 이끈 원동력에서 지금은 흉물이 돼 버린 폐조선소를 관광·문화 거점으로 조성해 새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정부의 도시재생뉴딜 공모에서 경제기반형으로 선정돼, 스웨덴 남부 조선업 도시 말뫼의 재생을 본뜬 ‘한국판 말뫼’로 관심을 모았다. 신아sb 역시 과거 중소 조선의 부흥을 이끌며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5년 11월 파산했다. 이 때문에 조선소를 기반으로 형성된 주변 지역도 극심한 침체에 허덕여 왔다.

이에 정부 지원과 LH·민간 투자 등 총 5400억 원 상당을 투자해 2026년까지 옛 신아sb 사업장을 중심으로 도남·봉평동 일대 51만㎡를 재개발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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