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민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공정성 회복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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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가 2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인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을 전격 취소했다.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공정위)를 꾸려 조 씨의 2015년 의전원 입학 전형에 대해 4개월간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입학 취소의 근거는 입학전형 제출 서류에 기재된 허위 경력이지만 공정위는 경력의 거짓 여부에 대해서는 독자적 판단을 하지 않고 조 씨의 ‘7개 스펙’이 허위라고 판결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 선고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조 씨의 의사 면허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입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음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안타까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입학서류 위조 법원 판결 그대로 수용
정의로운 사회 성찰할 기회로 삼아야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2030세대는 부모의 재산이나 힘의 개입으로 기회와 자리를 뺏기는 것에 대단히 민감하다. 이번 사안이 청년들에게 사회적 공분과 함께 커다란 상실감을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법원 판결도 이른바 ‘7개 스펙’이 제출되지 않았다면 낮은 점수를 받아 서류평가나 2단계 평가에서 탈락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다른 응시생들의 정당한 기회를 박탈했다는 뜻이다. 전망이 불투명한 삶을 사는 이 땅의 청년들은 능력만이라도 공정하게 평가받는 ‘룰’을 원하고 있다. 이들의 바람을 이루게 하려면 사회 곳곳에 정의로운 사다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결정 앞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성의 문제를 다시 성찰하는 기회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부산대 결정은 이 같은 여론의 무게와 정 교수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 결정이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고충 또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동안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사안이 우리 사회 안에 극단의 분열과 갈등을 낳는 초대형 이슈였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언론이 입시 부정 의혹이라는 단순 사실을 넘어 조 전 장관 일가에 확증편향 기사를 쏟아내면서 과당 경쟁을 벌인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의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산대 공정위는 입시전형을 감시하는 기구지만 입학 취소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입학 취소와 유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중대하고 또한 예민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조 씨의 입학 취소가 최종 확정되려면 향후 청문 절차 등 약 2~3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고, 정 교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도 기다리고 있다. 극단의 관점에 서서 단정 짓고 예단하는 일, 첨예한 대립으로 여론이 찢기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 그보다는 다 함께 머리를 맞대 젊은 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가 정의와 공정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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