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쏟아지는데 우산 뺏는 격” 대출 막힌 서민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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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이 1800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엄청난 규모로 팽창한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당국이 칼을 뽑아 들자 곳곳에서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고삐 풀린 가계 빚 조이기 확산
“전세자금 대출 중단 어쩌나”
“정부가 서민 사다리 걷어차”
돈줄 막힌 실수요자들 대혼란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 9000억 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경제 규모 확대, 부동산 가격 상승 등과 함께 가계신용 규모는 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작년 2분기 말(1637조 3000억 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1년 새 168조 6000억 원(10.3%)이나 불었다. 작년 동기 대비 증가 폭이 2003년 통계 편제 이래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2분기 말 현재 잔액은 1705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사상 최대 기록으로, 1분기 말(1666조 7000억 원)보다 38조 6000억 원 또 늘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48억 3000억 원)은 2분기에 17조 3000억 원 불었지만 증가 폭이 1분기(20조 4000억 원)보다 줄었다. 하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57조 원)은 3개월 새 21조 3000억 원이나 늘어 증가액이 1분기(14조 3000억 원)를 웃돌았다.

이러한 가계대출 팽창을 막겠다며 일부 금융사가 갑작스럽게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중단, 신용대출 한도 축소에 나서자 숨통이 막힌 금융소비자들은 ‘비가 쏟아지는 데 정부가 우산을 빼앗는다’거나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거대한 암 덩이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상 세포까지 무차별적으로 도려내는 일이 없도록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는 대출 절벽 논란과 관련한 지난 23일 보도 설명자료에서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빠르게 진행된 신용팽창이 계속될 경우 금융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만큼, 향후 민간신용 공급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최근 1년 반 동안의 신용팽창기와 달리 앞으로는 대출금리 인상, 우대금리 하향 조정, 대출한도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경제 주체들도 이러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금조달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돈줄 죄기는 불가피하며, 이 경우 대출 조건 악화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하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감독 당국의 그립이 워낙 강해 대출을 세게 조여야 하는 분위기여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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