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꼭 지켜라” 우방국 “좀 늦춰라”… 미, 레드라인 딜레마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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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영국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가족들이 에어버스 KC2 보이저 항공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앞서 영국은 장기간에 걸쳐 아프간 피란민 2만 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영국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가족들이 에어버스 KC2 보이저 항공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앞서 영국은 장기간에 걸쳐 아프간 피란민 2만 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내 외국군 철수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민간인 대피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사실상 시한을 지키기 어려워 진퇴양난에 빠졌다. 서방국은 자국민 대피를 위해 시한 연장을 미국에 촉구하고 있으며, 탈레반은 기한을 준수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며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존 커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카불 공항 접근이 어려운 350여 명의 미국인을 수송하기 위해 헬기와 특수부대를 현지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인 등이 아프간에서 대피하려면 공항에 자력으로 도착해야 한다는 국방부 방침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사실상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 병력 철수 기한(8월 31일)이 임박하자 전방위 대피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 탈출 희망 수만 명 대기

기한 내 완전 이송 사실상 불가

영국 요청 긴급 G7 화상회의

미국에 시한 연장 협상 촉구

외신, 탈레반 동의 가능성 전망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이후 모두 3만 7000명의 미국인과 그에 연관된 현지인이 아프간을 빠져나왔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 동안 1만 1000명이 대피하는 등 수송 작전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여전히 수만 명이 현지에 남아 있다.

탈레반은 이달 말 철수 시한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은 오는 31일까지 모든 군대를 철수할 것이라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라면서 “미국, 영국이 대피를 위한 추가 시간을 원한다면 대답은 ‘아니오’”라고 말했다. 다만 탈레반은 외국 군대는 철수하되 31일 이후 시민들이 여권을 가지고 떠나는 것은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막판 탈레반이 기한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국 등은 시한 내 대피 작전이 끝나지 않을 경우 탈레반과 추가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다. 로이터통신은 “24일 화상으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미국에 아프간 미군 철수 시한 연장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회의를 소집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우리 국민과 20년간 우리를 도운 아프간 현지인 탈출을 완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연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군 사이 연장에 관해 진행 중인 논의가 있다”고 말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추가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란민이 쏟아지고 있는 카불 공항은 여전히 아수라장이다. 통제선 밖에서 총격전이 발생하고, 두 살배기 아기가 군중에 밟혀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더불어 아프간 내 100만 명의 아동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지만, 카불공항 규제로 의료구호품 등 대외 지원품 수송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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