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한 그릇, 고소하게 한 그릇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동의대 앞 가야포차선지국밥

가볍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선지국밥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오후 3시인데도 손님들의 발걸음은 끊어지지 않는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때문에 많이 줄었다고 하는 게 이 정도라면 이전에는 얼마나 붐볐는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동서대 인근에 이어 지금은 부산진구 가야2동 동의대 앞에서 30년 넘게 선지국밥과 수구레국밥을 팔아온 가야포차선지국밥(대표 최비결). 오직 국밥 하나만으로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할 세월을 지켜왔으니 솜씨 하나만큼은 충분히 인정해주고도 남을 만한 곳이다.

30년 넘게 대학가 지켜
뛰어난 감칠맛 비결은
직접 담근 숙성 어간장

쫄깃쫄깃 수구레국밥
부드러운 선지국밥
수구레무침도 별미

경남 거제도 출신인 최 대표의 아버지는 마산에서 소머리국밥 장사를 했다. 그녀는 어깨 너머로 아버지의 솜씨를 구경하면서 국밥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40년 전 부산에 와서 결혼하고, 결혼한지 10년 정도 됐을 무렵 비로소 장사로 방향을 돌리게 됐다.

가야포차선지국밥의 가장 큰 특징은 간장이다. 그냥 간장이 아니라 생선을 집어넣어 발효시킨 어간장이다. 최 대표의 남편이 강서구 범방동에서 직접 담근 간장을 식당에 공급한다. 원래 거제도 음식인 어간장은 메주에 소고기, 황태, 다시마 등을 넣은 양념이다. 손쉽게 만드는 게 아니라 햇볕을 쪼이고 바람을 맞히며 1~2년 숙성시켜 세상에 내놓는다. 그 덕분에 어간장은 평범한 간장과 비교해 감칠맛이 뛰어나다. 그래서 국에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을 낸다.

가야포차선지국밥의 주요 메뉴는 수구레국밥과 선지국밥이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코기 사이의 부위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선지는 가장 신선한 소피를 사용해 직접 만든다. 그래서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고 매우 부드럽다.

두 국밥의 국물은 똑같다. 콩나물, 무, 갈빗살에 간장을 넣어 끓인 뒤 다시 수구레를 넣고 1시간 30분 동안 삶으면 국물이 완성된다. 갈빗살과 수구레가 들어가 입맛을 끌어당기는 풍미를 주는 국물이다.

수구레국밥은 이 국물에 수구레를 넣고, 선지국밥은 선지를 넣어 데운다. 국물은 같지만 마지막에 수구레와 선지가 들어간 탓에 국물 맛은 꽤 달라진다. 선지국밥은 가볍고 시원하다. 수구레국밥은 기름기가 조금 더 많아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낸다.

저녁에 가야포차선지국밥을 찾는 손님들이 즐겨 찾는 술안주는 수구레무침과 돼지석쇠구이다. 돼지석쇠구이는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설탕을 섞은 양념을 바른 돼지고기를 연탄불에 구운 메뉴다. 양념은 약간 매콤하고 고기는 상당히 부드럽다. 그야말로 소주 안주로 먹기에 제격인 음식이다.

수구레 무침은 삶은 수구레에 당근, 양파, 오이, 잔파를 넣어 무친 안주다. 겨울에는 제철 채소인 미나리를 넣는다. 양념은 고추장, 식초, 고춧가루, 설탕이다. 수구레 무침은 대충 보면 회 무침처럼 보인다. 부드럽고 고소한 것이 먹을수록 입맛을 끌어당긴다. 특히 김에 싸서 먹으면 독특한 별미를 느끼게 해 준다.

가야포차선지국밥은 30년 넘게 장사를 한 덕분에 오래 된 단골손님이 많다. 최 대표의 인상에 가장 남는 단골은 인천의 사업가다. 오직 수구레국밥을 먹으려고 1년에도 여러 차례 인천에서 부산까지 내려온다. 동서대학교나 동의대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 결혼해서 아기들과 함께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최 대표는 나누고 베푸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해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적지 않은 돈을 관공서에 기부하고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는 “손님들의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맛있는 국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베품의 기쁨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야포차선지국밥/부산 부산진구 가야공원로 58. 051-894-6921. 선지국밥 6000원, 수구레국밥 7000원, 수구레무침 2만~2만 5000원, 돼지석쇠구이 1만 5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