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치면 미칠지니… 디지털 시대에 제대로 미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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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미치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하나는 열광하다, 열중하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원하는 수준에 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무엇에 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고는 결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마니아’도 ‘광기’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을 보면, 미쳐야 미친다는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 의미로 쓰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병적인 상태의 집착이나 취향을 높이 평가하였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면 이렇다. 18세기 후반기의 대표적인 조선 실학자인 박제가가 쓴 ‘백화보서(百花譜序)’를 보면 꽃에 미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삼양재 김덕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꽃을 사랑하다 못해 꽃 그림에 미쳤던 사람이다. 온종일 눈도 깜빡이지 않고 꽃을 주목하며, 손님이 와도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비웃었는데 그가 그린 ‘백화보’는 병사(甁史, 꽃병의 역사)에 그 공훈이 기록될 만하다고 칭송을 받았다.

이 같은 몰입은 오늘날 역시 기예의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적인 발레리나 반열에 오른 프리마돈나 강수진의 변형된 발을 보고 알 수 있다. 그러나 산에서 10년 넘게 도를 닦아서 도인의 경지에 이르는 패러다임은 아날로그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오늘날 세상과 등지고 나 홀로 몰두해서 10년을 연구했다면, 아마 세상은 이미 자기 생각을 훨씬 뛰어넘어 발전해 있을 것이다.

언론은 작금을 여러 가지 말로 정의하곤 한다. ‘변화’의 시대, ‘디지털 네트워크’의 시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시대 등등…. 나 혼자 미친 듯, 한 우물만 파는 것은 결코 최선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집단 지성의 어깨 위에 서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의 어깨 위에 서 있다. 다른 사람, 조직과 시너지를 내면서 생산성을 제고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남들과 다른 ‘독창적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 ‘집콕’하는 사람들에게 마일리지를 부여하여, 브랜드 선호도를 제고하고 코로나 이후의 레버리지를 구축한 타이 항공의 ‘Stay Home Miles Exchange’ 캠페인과 멕시코에 반감을 가진 미국 남부 주민들에게 그들의 피에 섞여 있는 멕시코 유전자 비율만큼 멕시코행 항공료 할인을 해준 멕시코항공의 ‘DNA 디스카운트’ 캠페인 등의 창의적인 솔루션은 10년 동안 입산수도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솔루션들은 그간 부산국제광고제에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은 창의적 솔루션들이다. 이처럼 부산국제광고제는 세상을 바꾼 창의적인 솔루션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발굴하고 시상함으로써 세계 광고인들에게 ‘미친’ 생각을 소개해오고 있다.

부산국제광고제는 개최 15년을 맞이할 2022년부터는 이름부터 미칠 예정이다. AD STARS라 불리던 어워드 명을 MAD STARS로 바꿀 것이다. 이 명칭의 교체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광고의 영역을 마케팅까지로 확대하고, 수단 역시 디지털 콘텐츠까지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하나는 디지털 시대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시도되는 창의적 접근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불광불급’의 의미를 빌리자면, 독창적인 솔루션을 찾기 위해 어떻게 미쳐야 하는지 강구하는 플랫폼이 될 것을 천명하고자 함이다.

올해 60여 개국 2만여 편에 달하는 작품이 출품된 부산국제광고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광고제다. 금년에는 8월 25일부터 3일 동안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미친’ 아이디어가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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