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파업 일주일 후 판가름… 해상노조 ‘집단 사직서’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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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해원연합노조가 사상 첫 파업을 앞두고 사 측과 협상 중인 가운데 25일 부산신항 4부두에 HMM 프로미스호(1만 1000TEU급)가 정박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집단 사표’를 예고했던 HMM 해상노조가 사직서 제출을 유보했다. 육상노조의 파업찬반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사 측과 한 차례 더 교섭을 진행키로 했다. HMM 측으로선 당장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고 일주일가량 시간을 번 셈이다.

HMM 25일 해상노조는 단체 사표 제출을 잠정 유보한다고 밝혔다.


육상노조 쟁의투표 결과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등 공동 대응
사측과 내달 1일 추가교섭기로
노조 “바다 위 10개월 힘들다
일부 조합원 개별 사직서 제출”
채권단 설득·새 협상안이 관건


HMM 해상노조는 지난 23일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된 이후 조합원들에게 사직서를 받아 왔다. 현재까지 39척에 승선한 해상직원 317명이 단체 사직서와 교대신청서를 노조에 제출했다. 일부는 세계 2위 선사인 MSC에 이력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날 배재훈 HMM 사장과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이 5시간가량 논의를 진행, 다음 달 1일 추가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임금 관련 입장 차는 좁히지 못했지만 교섭의 끈은 이어가기로 했다.

HMM 해상노조가 육상노조와 공동투쟁위원회를 결성,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서로 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이다. 육상노조는 오는 30일 파업찬반 투표를 진행, 31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해상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육상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따라 공동대응 차원에서 사직서 제출 여부를 추후 결정하게 됐다”며 “그런데도 현재 승선 생활이 너무 힘들고 일이 많아 일부 조합원은 사 측에 사직서를 개별 제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상직원들은 땅 한 번 밟지 못하고 바다 위에서 10개월 이상 지내느라 경조사도 챙기지 못했다”며 “계속해서 노예 취급을 받는다면 현재 남아 있는 HMM 해상직원 약 440명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HMM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사 측은 앞서 최종안으로 임금 8% 인상, 격려·장려금 500%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최대 8년간 임금을 동결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HMM이 올해 분기 영업이익을 1조 원 넘게 올리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

HMM 육상노조와 해상노조는 지난 19일과 20일 사 측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이 ‘조정 중지’로 결론나면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다음 교섭까지 남은 일주일가량 동안 사 측이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HMM 사 측은 이 기간 노조는 물론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을 설득해야 한다.

HMM 사 측은 노조가 3주간 파업하면 타 선사 선복 보상에 따른 직접적 영업 손실 등을 포함해 약 6800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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