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85.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 ‘Life Is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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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Angus & Julia Stone)은 호주 시드니 출신의 포크 그룹입니다. 이들은 앵거스 스톤과 줄리아 스톤 두 남매를 주축으로 2006년부터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포크를 바탕으로 얼터너티브와 록이 함께합니다. 포크 장르가 전면에 나서는 트랙일 때는 아주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포크를 선보입니다.

전형적이고 또 너무나 관습적이지만, 오히려 지금 시대에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촌스럽게 보일 수 있을 정도의 클래식한 포크’를 보여주는 것이 더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은 그런 것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지만요. 여전히 처음 그들이 음악을 처음 세상에 내어놓았을 때처럼 그들의 길을 갈 뿐이겠지요.

올해 여름의 끝자락에 이들은 ‘Life Is Strange’라는 타이틀의 정규 앨범을 선보였습니다. 총 12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음반의 음악 중 저는 우연히도 11번 트랙 ‘When Was That’을 가장 먼저 듣게 되었는데요. 기타의 아르페지오가 듣는 이를 잡아끄는 도입부를 듣는 순간 이제 가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한여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가을의 계절감을 물씬 느끼게 하는 음악이지요.

요즘 오후 점심시간이라든지 한창 햇살이 좋을 때 창문을 잠시 열면 분명 여름이지만, 습하지 않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 순간 우리를 간지럽힐 때가 있지 않나요. 저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지닌 가장 매력적인 순간이 이맘때의 햇살과 바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건조하지도 그리고 습하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의 바람이 우리를 스쳐 갈 때 느껴지는 이 포근함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해 주는 가장 큰 ‘여름의 선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의 이번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이런 바람처럼 음악이 느껴지다 어느덧 바람의 온도가 조금씩 더 차가워지고 가을의 계절로 우리를 이끄는 듯합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긴 여행의 한 단락이 끝난 것 같은 묘한 상상력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이 앨범이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의 오랜 팬인 저와 같은 사람에게도 꽤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이번 앨범 자체의 훌륭함도 있지만, 포크와 여행이라는 고전적이고 단순한 장르적 이미지를 아주 담백하고 충실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 앨범이 발매된 시기와 지금의 계절감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팬데믹 시대의 여행과 우리 삶의 여정을 다시 반추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가사로 그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멜로디 등 가사 외의 오직 모든 음악적 요소만을 가지고 그 상상을 자극합니다. 여름 바람을 아직 만날 수 있는 이번 주 이 앨범을 한번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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