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간다’ 지역 차별 언어 이렇게 바꿔 써요! ‘서울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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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차별 ‘대항표현’ 제시

지역민을 모욕하고 멸시하는 혐오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데 대해 별 이견은 없다. 혐오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도 어렵지 않다. 특정 지방과 연결돼 온라인에 넘쳐나는 폭동·홍어·통수·쌍도·과메기·통구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차별’ 용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직감적으로 부당한 차별을 집어낼 수 있지만, 직감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객관성을 담기 힘들고, 이를 명문화하기는 더 어렵다.

민간 독립 연구소인 희망제작소는 ‘지역차별언어 바꾸기’ 프로젝트를 통해 이 지점에 대한 그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차별 당사자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 차별언어의 경계선을 그려 보기로 한 것이다.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차별·혐오 표현을 간추린 뒤 ‘대항표현’을 제시하는 것이다. 비록 완전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는 없지만, 지역 차별언어의 대안을 제시하는 첫 시도라 의미가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로 갈 때는 ‘올라간다’고 표현하고 지방은 ‘내려간다’고 언급하는 현상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의 위도가 대체로 높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경기 북부나 강원권에서도 이 같은 표현이 사용됐다. 서울이든 지역이든 모두 ‘간다’로 순화할 수 있다.

‘명절에 시골 잘 다녀와’라는 표현은 ‘고향 또는 본가 잘 다녀와’로 순화할 수 있다. 시골은 중립적인 단어지만, 사용하는 맥락이나 받아들이는 당사자에 따라 차별적 표현이 될 수 있다.

촌스러운 사투리, 구수한 사투리 등 사투리에 대한 수식어를 쓰지 않는 방안도 지적됐다. ‘표준어나 서울말을 고치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듯 ‘사투리를 고치다’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

‘지방’은 중앙과 대비해 중심과 주변의 위계적 구조를 나타내는 표현이라는 지적은 과거부터 있었다. 지방 대신 ‘지역’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며, 올해 관련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부산지방경찰청과 같은 행정기관 명칭에서 ‘지방’이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차별언어의 과잉적 규정이 반발을 낳고 또 다른 혐오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희망제작소 유다인 연구원은 “지역 차별언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되, 다양한 지적과 조언을 다각도로 반영할 것”이라며 “다음 달 프로젝트 결과물을 담은 핸드북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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