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군 곳곳 그늘막 천지… 과유불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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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청이 코로나19로 폐쇄된 공원 물놀이장 주변에만 그늘막 38개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을을 앞둔 시점에 이 공원과 인근 하천가에만 그늘막 40개를 추가할 계획이라 과도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부산 기장군 정관읍 윗골공원 야외 물놀이장. 442㎡ 규모 풀장 앞길에는 양쪽으로 평상 수십 개와 빨간색, 파란색 그늘막이 빼곡히 설치돼 있다. 공원 어린이도서관 앞 광장에서 반대편 정자 인근까지 물놀이장 주변에 세워진 그늘막은 총 38개. 기존에 여름철에만 대여해 설치했던 ‘몽골 텐트’를 그늘막으로 대체하면서 만들어진 풍경이다.

코로나로 폐쇄 놀이·생태공원 등
개당 198만 원 들여 120여 개 설치
장소·시기 고려하면 전시행정 여론
군청 “코로나 종식 이후 상황 대비”

윗골공원 야외 물놀이장을 비롯해 기장군 공원 내 물놀이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모두 문을 열지 않았다. 여름철 인파가 몰리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윗골공원 물놀이장 인근 나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물놀이장 미운영’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태풍 ‘오마이스’ 여파로 그늘막이 다 묶여있었고, 몇몇 주민들만 잔디밭에 있는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기장군청은 지난달부터 공원 물놀이장과 하천 주변에 그늘막을 대거 추가하기 시작했다. 올해 예산 2억 600만 원을 들여 개당 198만 원인 그늘막 104개를 설치했다. 윗골공원 38개, 좌광천 15개, 일광이천생태공원 9개, 중앙공원 8개, 돌고래광장 7개 순으로 많았다. 심지어 다음 달까지 윗골공원과 좌광천에는 9100만 원을 투입해 그늘막을 20개씩 추가할 계획이다.

그늘막이 더위를 피할 중요한 공간이라 해도 설치 장소, 규모, 시기를 고려하면 과도한 전시 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장군의회 민주당 우성빈 의원(정관읍)은 “주민들은 그늘막 간격이 너무 빼곡하고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여름 더위가 다 지나가는 시점에 과도하게 설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늘막을 꼭 필요한 곳에만 설치해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늘막 업체의 납품량을 늘리기 위한 건 아니라고 믿고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기장군은 26일 기준 횡단보도 등 도로 인근에도 그늘막 99개를 설치한 상황이다. 부산 다른 기초지자체보다 수십 개 이상 많은데, 올해 정관읍과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총 10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그늘막 전시행정 논란에 기장군청은 야외에서 휴식을 취하는 주민을 위해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로 경로당 등이 문을 닫으면서 야외에서 휴식을 취하는 주민이 많은데, 폭염 등에 대비해 그늘막을 대폭 늘렸다는 것이다.

양택열 기장군청 산림공원과 생태학습팀장은 “물놀이장을 운영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주변 평상을 찾아 휴식을 많이 취한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물놀이장을 찾을 아이들과 보호자 등을 고려해 그늘막을 많이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월부터 10월까지는 대낮에 산책을 하시는 분들이 강한 햇볕 밑에서 걸어야 한다”며 “특히 좌광천 등에는 그늘이 많이 없어 휴식을 취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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