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부풀었던 ‘청년창업시설’ 꿈으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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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청년창업 시설들이 전통시장과 청년창업 활성화라는 취지를 못 살린 채 사라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런 시설 4곳 중 1곳꼴로 문을 닫은 실정이다. 청년 지원이나 활성화 노력 없이, 건물만 짓고 보는 식의 정책이 빚은 결과다. 부산 남구청이 추진했던 ‘이기대 청춘열차’도 결국 철거된다. 이 같은 현실은 국제시장, 서면 등 다른 청년창업 시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구 ‘이기대 청춘열차’ 매각 결정
2018년 정부 공모 사업으로 조성
판로 개척·콘텐츠 부재로 파산
국제시장 청년몰도 폐업 상태
청년 창업 활성화 취지 사라져

부산 남구청은 2017년 1억 2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남구 용호동 용호삼성시장 ‘이기대 청춘열차’의 열차 구조물과 물품 등을 곧 매각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사업이 종료된 뒤 해당 열차를 이관받은 남구청이 부지 임차시한인 지난달까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남구청과 용호삼성시장 청년상인창업지원사업단은 2017년 3월 열차형 부스 5곳과 공용 덱(탁자·의자) 1곳으로 구성된 열차 모양으로 꾸며진 점포 ‘이기대 청춘열차’를 용호삼성시장에 조성했다. 이 사업에는 국비도 1억 2500만 원이 들어갔다.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이라는 목표의 정부 공모 사업이었다.

2018년 8월 개업 당시 5곳 업체 중 돈가스 업체는 개점 후 한 달도 안 돼 문을 닫았고, 어묵 요리 업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을 떠났다. 2019년까지 3개의 점포가 유지되다가 같은 해 5월 1개 업체가 남았고, 결국 지난해 1월 모두 떠나고 빈 점포만 남았다. 국비가 소진되면서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 데다, 판로 개척이나 특색 있는 콘텐츠가 보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8월에 이곳 부지 임대 기간이 끝났고, 용호시장상인회 등에서 존치보다는 철거가 낫다는 입장을 구청에 전달했다. 남구청은 시설을 이관받은 이후 점포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나 프로그램 등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시장 관계자는 “장사가 안되니 청년 상인들이 전기료며 임대료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하나둘 나갔다”고 밝혔다.

청년 창업뿐만 아니라 청년인구 유입에 따른 전통시장 활성화도 해당 사업의 목표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냉소적이었다. 한 상인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기차 모양으로 해 놨지 특색 있는 업종이나 판로 등이 없는데 장사가 되겠느냐”며 “청년들은 열심히 했지만 사람이 안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지금은 방치돼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청년창업 활성화 사업이 좌초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제시장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진행됐지만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정부 공모 당선 후 건물만 세우고 업무가 지자체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판로 개척, 마케팅 교육 등의 컨설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4곳 중 1곳꼴로 청년창업시설이 문을 닫았다. 그만큼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진행한 뒤,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나마 ‘서면시장 온나’에서는 17곳 중 15곳이 영업 중이다.

이에 대해 남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사업의 대부분이 국비로 진행되는데, 국비 대부분이 열차 조성 등 건물 조성에 쓰였기 때문에 사후 지원에 대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며 “사실상 지난해부터 들어오려는 입점기업이 없어 활용하기보다는 매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혜랑·손혜림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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