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 ‘입법 폭주’, 정치·사법 기형과 국민 피해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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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이 야권과 언론계, 시민사회 심지어 당내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언론중재법을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어코 통과시킬 태세다. 가히 ‘입법 독주’를 넘어 ‘입법 폭주’라 할 만하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를 두고 ‘성찰을 모르는 정당’이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각계의 부작용 경고에도 입법을 밀어붙였다가 상처만 남긴 채 후퇴하는 ‘흑역사’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민주, 명분과 정치 셈법만 집착
선거법·공수처법·임대차3법 등
야당 강한 반대에도 강행 처리
결과는 취지 무색, 부작용만…
반대 여론 비등한 언론중재법
‘입법 독주’ 폐해 재현 우려 높아

대표적인 법안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다. 2019년 말 민주당은 표의 등가성을 늘려 군소 정당에게 정당한 의석수를 주겠다는 취지로 이 법안을 밀어붙였다. 이면에는 제1야당의 의석을 정의당 등 친여 성향의 군소 정당에게 나눠주겠다는 의도가 강했다.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동원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법안의 맹점을 거론했지만, 민주당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결국 법안 처리 이후 야당이 실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자 민주당은 이를 따라했고, 이듬해 총선은 이들 위성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양분하면서 군소 정당은 오히려 의석이 줄었다. 법안 취지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법안의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나자, 민주당은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까지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려는 모습이다. 법안이 미칠 여파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명분에만 집착한 입법 실험이 결국 각종 부작용만 양산한 채 용도 폐기되는 셈이다.

1년 전 계약 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3법 강행 처리는 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이 법안 역시 수많은 전문가와 야당 의원들이 ‘전세 실종’ 현상을 낳으면서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민주당은 개의치 않고 밀어붙였다. 부작용은 곧바로 터져 나왔다. 임대차 3법 실시 후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최소 수억 원씩 치솟았고, 그마저도 물량이 사라지면서 살 집을 찾지 못해 외곽으로 떠나야 하는 ‘전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분노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최근 임대차 3법의 보완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20년 숙원’이라며 밀어붙인 공수처법 역시 당초 기대한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도 평가가 박하다. 2019년 야당의 극한 반대에도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그 이듬해 공수처법 통과의 제1 명분이었던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개정안까지 일방 처리했다. 결국 올해 초 공수처가 어렵게 출범했으나 과격한 입법 과정에서 만들어진 엉성한 법안 때문에 공수처와 검찰 간의 끊임없는 신경전 등 각종 비효율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진보 진영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지목한 이후 민주당 내에서도 “이러려고 공수처를 만들었나” 하는 불만을 공공연하게 표출하는 실정이다. 이에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의 연내 처리를 또 들고 나왔는데, “검찰 개혁보다는 검찰 개혁이라는 이슈로 지지층을 붙들어 두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26일에도 언론중재법에 대해 “가짜뉴스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지만, 대선에 출마한 정의당 이정미 전 대표는 이날 “이 법이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을까. 고위공직자가 되기 전인 장관 후보자들은 어떻나”라며 “과거 독재권력이 힘으로 언론을 겁박했다면, 이제 돈으로 언론을 겁박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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