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잔혹한 보복 공포정치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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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코미디언·가수 등 살해 정부군 사면 등 약속 ‘공수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반대파나 소수민족, 예술·언론인 등에 대한 보복 등 공포 정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한 탈레반 대원이 지난 27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바글란주 안다라비 밸리에서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를 살해했다. 안다라비는 ‘깃작’이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면서 조국인 아프간과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럽게 묘사하는 노래를 즐겨 불러왔다. 그의 아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일 뿐인데, 그들은 농장에서 아버지의 머리에 총탄을 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탈레반을 풍자해 온 아프간의 유명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를 탈레반 조직원들이 집에서 체포해 차에 태워 끌고 가는 장면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카샤가 두 차례에 걸쳐 뺨을 맞는 등 모욕을 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카샤는 납치 직후 참혹하게 살해됐으며, 신체 일부가 훼손된 채 나무에 묶인 시신 사진도 공개됐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인정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아프간을 장악한 후 무기를 내려놓는 정부군 등에 대해 사면을 약속하고 이들을 추적하지 않겠다는 서면 약속까지 하는 등 대외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 왔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자택 급습, 감금, 실종, 심지어 살해 등에 관한 보고가 늘고 있다.

위협을 느끼는 것은 정부 관리들뿐만이 아니다. 미국 매체 더힐은 이날 아프간 성소수자들이 탈레반 치하에서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 탄압과 살해 위협을 우려한 아프간 언론인 2000여 명도 막판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탈레반이 집권하던 시절 '인종청소' 대상으로 삼았던 하자라족 1만 명도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필사의 탈출에 나섰다. 수니파 탈레반이 시아파인 하자라족을 '진정한 이슬람'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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