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머리카락을 잘라야 했던 조선 최초의 이발사 이야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임금의 머리카락을 잘라야 했던 조선 최초 이발사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난다.

(재)영화의전당과 극단 누리에는 연극 ‘그림자의 시간’을 3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1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이다. 공연은 12일까지 이어진다. 연극 ‘그림자의 시간’은 제10회 전국 창작희곡공모 대상작으로 2018년 부산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신인연기상, 무대예술상 등 4관왕에 올랐다. 같은 해 대한민국연극제에서는 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단 누리에 ‘그림자의 시간’
오늘부터 영화의전당 공연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이력
단발령 통해 본 삶과 운명 주제

‘그림자의 시간’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단발령이 내려진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임금의 머리카락을 잘라야 했던 조선 최초 이발사가 짊어져야 했던 운명과 자유 의지 사이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역사 속 사건과 실존 인물, 허구 인물을 통해 역사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간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 개국 504년(1895년) 11월 15일 김홍집 내각은 전국에 단발령을 내렸다. 일본 강요로 고종이 먼저 서양식으로 머리를 깎았고, 내부대신 유길준은 고시를 내려 관리들이 가위를 들고 거리나 성문에서 강제로 백성들의 머리를 깎게 했다. ‘그림자의 시간’은 1895년 고종의 단발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과 세월이 지난 1918년 고종이 자신의 단발을 맡았던 윤찬의 이발소로 찾아온 두 시기 이야기를 다룬다.

희곡을 쓴 유보배 작가는 ‘어느 누가 왕의 신체를 잘라내는 일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서 작품이 출발했다고 전했다. 유 작가는 “처음이 가지는 두려움, 그 처음을 준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림자의 시간’은 2018년 공연 때 ‘희곡에 대한 연출의 섬세하고 치열한 분석, 다양한 무대장치의 효과적인 선택 등으로 관객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성우 연출가는 “2018년 작품 출연진에서 일단 배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제작비 지원을 받은 만큼 무대 세트도 추가했다. 이번 공연에는 이태성, 이혁우, 김성열, 호민, 이희선, 윤준기, 우지현, 이재찬, 김홍식 배우가 출연한다.

강 연출가는 “역사적으로 많이 조명받지 못했던 단발령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사 속 인간의 삶과 운명을 현재 우리 모습에 비춰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머리를 잘라야 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느낌은 어땠을까’에 집중해서 감상할 것을 권했다.

‘그림자의 시간’은 역사 속에서 넘어지고, 상처 받고 아파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같은 작품이다. 코로나 시대와 연결해서 강 연출가는 “그림자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우리 모습도 투영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시대도 처음 겪는 시대입니다. 변화하는 시대를 우리가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까를 생각하면서 연극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자의 시간’=3~12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월요일 공연 없음). 051-780-6060.

오금아 기자 chris@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