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31. 충격적인 상상력, 데이미언 허스트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Lysergic Acid Diethylam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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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대미술을 이끈 yBa(Young British Artists) 그룹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인 데이미언 허스트(1965~)는 1980년대 골드스미스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했다. 무명의 학생으로 골드스미스에 재학 중이던 데이미언 허스트는 본인이 작가이자 기획자로 참여한 ‘프리즈’전을 통해 데뷔했다. 이 전시에는 골드스미스 동문인 트레이시 에민, 크리스 오필리, 마크 퀸, 레이첼 화이트리드 등이 함께 참여한다. ‘프리즈’전에서 선보인 독창적이고 과감한 작품활동으로 yBa와 영국 현대미술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데이미언 허스트와 yBa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대표적 작품으로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1991)이 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데이미언 허스트가 천착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수조에 담은 설치 작품으로, 죽은 상어의 몸에 모터를 연결하여 움직이도록 해서 전시했다. 데이미언 허스트식의 과감한 기호 사용을 통해 삶의 모순을 표현한 이 작품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1995년 이 작품을 통해 데이미언 허스트는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수상하는 터너상 (Turner Prize)을 수상했다. 그리고 프란시스 베이컨, 데이비드 호크니 등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이름을 올린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은 생과 사, 성, 폭력, 마약 등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소재로 한다. 이번에 소개할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표적인 회화작품 시리즈인 ‘스폿 페인팅(spot painting)’ 시리즈 작품이다.

스폿 페인팅 시리즈는 약의 이미지를 형태와 색채로 단순화한 작업이며, 모든 작품의 제목은 약물의 명칭으로 지어졌다. 제목인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 줄임말로는 LSD인 이 약물은 매우 강력한 환각효과를 지닌 마약이다. 작가는 미니멀리즘의 양식을 차용하여 작품이 지닌 미학적 효과를 한층 끌어올림과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의 욕망을 예리하게 포착하고자 했다.

약물의 효과를 맹신하는 어머니, 알약을 사탕인 줄 알고 집어먹었다가 위세척을 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제작한 스폿 페인팅 시리즈는 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고, 동시에 무심하게 반복되는 이미지 속에 단순하게 소비되는 생명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 김경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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