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4개 지자체 소멸 ‘비상’ 국가적 대응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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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이 전국 74개 시·군·구를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지정하자고 건의했다. 구체적인 지역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부산 2곳과 경남 9곳도 포함되었다. 국토연구원의 이번 건의는 행정안전부의 첫 지방소멸 대응 용역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부산시가 현실로 다가온 축소사회를 인정하고 대비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느슨한 대응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방소멸 위기 현황표에는 전국 시·도 거의 대부분이 1개 이상의 시·군·구가 포함됐다. 서울과 경기도가 빠져 있기에 아직도 피부에 덜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서울·경기도 빼고 거의 모든 시·도 포함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발전 당장 실천해야

국토연구원은 지방소멸 가속화 원인을 인구 유출로 꼽았다. 2010년대 들어 전국 모든 지역에서 20대들이 교육과 취업 목적으로 수도권 이동 현상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부산 경제의 추락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2020년 매출액 기준으로 전국 100대 기업에 부산 기업은 단 1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1000대 기업으로 늘려도 불과 29개 기업만 이름을 올렸다. 조사를 시작한 이래 30개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수도권 일극주의로 인해 지방대는 성장 동력을 잃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불길한 예언에 떨고 있다. 비수도권대학의 지원액은 수도권 대학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잘나가던 지방대를 ‘지잡대(지방 소재의 잡다한 대학)’로 만든 주된 원인을 정부가 제공한 셈이다.

다수의 연구기관들이 지방의 인구 감소가 아직은 정점에 다다른 게 아니라고 판단하는 점이 더욱 두렵다. 지방의 자원과 인재가 수도권의 블랙홀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대체 어디까지 진행되어야 그친다는 말인가. 지방소멸은 비좁은 수도권에서의 삶도 피폐하게 만들어 공멸로 갈 수밖에 없다. 국가적 대응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행안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10개 관련 부처가 다음 달에 공동 발표한다는 지방소멸 대응 방안을 기대한다. 형식적인 대응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연령별, 지역별 인구 이동 양상을 분석한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한다.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재앙을 막을 대책은 국가균형발전밖에 없다. 균형발전은 자치분권과 재정분권 확대라는 두 가지 축이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정무적 판단 때문에 미뤄지고 있다. 현 정부 임기 내 긍정적인 결론이 나오도록 지역에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급속한 지방소멸 진행으로 국가적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은 지원하는 방식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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