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경감 혜택 없어” “생존권 위협하는 정책”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 소비자도 중개사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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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수수료율을 낮추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놓고 중개사와 소비자 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중개사들은 생계 침해라고 주장하고, 지역 소비자들은 실질적 인하 효과가 없다고 반발한다. 일부 전문가는 수수료 협상 문화를 정착시키는 방식으로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 지난 1년간 거래된 매매 중
6억 원 이상은 전체의 9% 그쳐
전문가 “최저 요율 명확히 정해
협상 문화 정착시켜 나가야”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입법예고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오는 16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부동산 거래금액 대비 중개 수수료 상한 요율을 낮추고, 고액 거래는 금액별 구간을 세분해 요율을 정한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9억 원 이상 부동산 매매 거래에 대한 중개 수수료는 사실상 반토막난다. 기존 중개 수수료 상한 요율은 0.9%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 거래 금액이 6억 원 이상인 경우 중개 보수 상한 요율은 0.4%에서 최대 0.7%로 정한다. 임대차 거래에서도 3억 원 이상부터 금액에 따라 0.3~0.6%로 요율을 정했다.

지역 소비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서민의 중개 수수료 부담을 전혀 덜어주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실제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1년간 거래된 부산 시내 주택 매매 총 9만 9870건을 분석한 결과, 거래액이 6억 원을 넘긴 거래는 전체의 9%(7840건)에 불과했다. 부산소비자전문단체협의회 조정희 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법안”이라며 “대체로 서민층이 많이 거래하는 25평 이하 주택에 대해 수수료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공인중개사들은 생계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6일까지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인호(사하갑), 박재호(남을), 전재수(북강서갑) 국회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오는 9일에는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개정안 통과 후에도 부산시 조례에서 요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각 시도 조례를 통해 지역 사정에 따라 요율을 0.1%씩 가감할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에 대한 소비자와 중개사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협상 문화 정착론’을 제시했다. 동의대 부동산대학원 강정규 원장은 “상한 요율은 말 그대로 ‘최대치’인데 공인중개사들이 수수료 최저 기준이 없다 보니 상한 요율로만 수수료를 받으려 했고, 이게 문제가 됐다”며 “최고 요율만 제한하지 말고, 최저 요율도 명확히 설정한다면 그 구간에서 소비자와 중개사 간 수수료 협상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수수료 협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하지만 서비스 질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요율을 정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었다. 조정희 회장은 “법정 요율 말고, 소비자와 중개사가 합의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에 앞서 중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최저요율 설정이 소비자와 중개사 간 분쟁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 유병규 지부장은 “최저 요율과 최고 요율을 정하면 소비자와 중개사간 합의가 쉽지 않다”며 “수도권 일부 지역만 집값이 급등해 일부 중개사 보수가 올라갔지만, 대부분 생계가 어려워 차라리 고정 수수료 요율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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