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블록체인 특구 1차 사업 ‘말잔치’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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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산업으로의 구조개편을 선도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부산 블록체인 특구 1차 사업이 최근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특구 사업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특정 사업자에게만 규제 특례 혜택을 포함, 지원금까지 지급하는 종전의 ‘공모 방식’으로는, 지역은 들러리만 설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양물류 플랫폼·디지털 화폐 등
핵심 사업 2년간 성과 없이 종료
지역 특성 맞는 산업 육성 전무
예산 지원 부산시 ‘들러리’ 선 꼴
사업자 중심 공모 방식 개선 지적

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 블록체인 특구 1차 사업은 2년의 사업 기간을 마치고 지난달 종료됐다. 1차 사업은 △해양물류 플랫폼 구축(물류) △디지털바우처 발행 유통(금융) △스마트투어 플랫폼 구축(관광) △공공안전 영상제보 서비스(공공안전) 등 4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지난 2년간 4개 사업의 성과는 말 그대로 ‘유명무실’했다. 특구 사업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혁신산업과 관련된 신기술에 대한 실증(지역특구법)이고, 다른 하나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의 육성(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특구 1차 사업에선 신기술에 대한 실증은 진행됐을지 몰라도,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육성은 전무했다.

해양물류 플랫폼 구축 사업의 경우, 2년이 지나도록 플랫폼을 이용할 유통 사업자를 단 1개 업체도 구하지 못했다. 결국 사업자 소유의 냉동탑차에 생선을 실어 나르는 것으로 2년간의 실증을 마쳤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바우처는 발행 첫 한 달 동안 ‘반짝 흥행’한 이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유명무실’한 화폐가 됐다. 스마트투어 플랫폼 사업과 공공안전 영상제보 서비스 사업은 2년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한 게 전부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블록체인 특구 1차 사업 중 물류·관광·공공안전 사업은 최근 새롭게 2년간의 ‘임시허가’를 얻었다. 지난 2년간 누렸던 규제 특례를 향후 2년간 계속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제 특구 사업이 아닌 만큼 전국 어디에서 어떤 사업을 하든 상관없다. 더 이상 부산이라는 지역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1차 사업에 투입된 국·시비는 모두 108억 원에 달한다. 그중 30%가량을 부산시가 지원했다. 부산시가 돈만 대주고 들러리만 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구 1차 사업이 소문만 무성할 뿐 실익이 없는 잔치로 끝나면서 특구 운영 방식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특구 사업자로 선정된 일부 특정 기업에 지원금을 나눠주는 현재의 지원 방식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특정 사업자가 아닌, 특구 내에서 관련 활동을 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라도 관련 규제 특례를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특구 사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블록체인 특구 관련 업무를 맡았던 한 공무원은 “수도권 업체로부터 ‘블록체인 특구에선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를 자주 받지만 할 수 있는 대답은 ‘특구 사업자로 선정되세요’라는 것뿐”이라며 “공모에 선정된 일부 사업자에게 지원금을 몰아주기보단 많은 기업이 부산에서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매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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