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Z세대 품어야 부산 ‘제2의 도시’ 지킬 수 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창간 75주년을 맞이한 가 기획으로 선보인 ‘동행’ 시리즈의 첫 번째는 ‘부산, MZ를 품다’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살고 싶지만 떠나야 하는… 부산 MZ세대를 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올해 7월 기준으로 부산시민 3명 중 1명이 MZ세대가 될 만큼 비중이 커졌다. 동시에 최근 10년 사이 부산에서만 20만 명이 넘는 청년이 다른 도시로 빠져나갔다는 사실 또한 엄중한 현실이다. 저출생과 청년 인구 역외 유출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더는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들 MZ세대가 떠난 부산은 더 이상 ‘제2의 도시’가 될 수 없다. 부산이 MZ세대를 적극적으로 품어야 하는 이유다.

일자리 확충 못지않게 삶의 질 개선 중요
MZ세대 살아나야 부산도 한 단계 도약

MZ세대가 부산을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잘 알고 있는 대로 일자리다. 지난 4월 나온 ‘부산 인구정책 브리핑’에 따르면 부산을 떠나는 청년들은 일자리(70%), 교육(22%) 등의 이유로 부산을 떠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요인으로 ‘기업체와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을 꼽았다. 개인적 성취욕이 특히 높은 MZ세대는 ‘살인적인 서울 집값’을 한탄하면서도 수도권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 지금 그곳에서 누리는 봉급이나 복지 수준을 갖춘 기업을 부산에서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산은 단순 일자리 늘리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일자리가 부산을 떠나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라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동행’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은 청년 커뮤니티 등 청년 인프라 부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다. 역설적이게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MZ세대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이유도 비슷했다. 수도권에선 ‘직장’만 있었지 여유 있는 삶을 누리지 못했다고 한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MZ세대에선 커지고 있다.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것은 일자리 때문은 아니고, 인간으로서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위해서”라며 “지자체들이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일자리 유치를 줄곧 얘기하지만 잘못 짚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부산은 일자리 유치 못지않게 청년 인프라 확충과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집 같은 생활 터전 업그레이드 등 삶의 질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대학 진학을 위해 부산으로 새롭게 진입하는 주변 지역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잘 정착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조 교수의 지적도 있었지만, 경남의 다른 시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나은 부산이 ‘제2의 서울’이 된다면 수도권에 필적할 만한 도시가 될 수 있다. 사회 전반의 예비 주도 세력이 된 MZ세대와의 ‘동행’이야말로 부산이 제2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MZ세대를 품어야 부산이 도약할 수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