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발 사주’, 수사로 국기 문란 여부 밝히는 게 핵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손 검사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했고, 김 의원은 이것을 국민의힘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검찰의 선거 개입과 검찰권 사유화 의혹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야당과 결탁해 여권 인사와 언론인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면 국기 문란이 아닐 수 없다. 공수처는 검찰과 관련되었다는 의혹을 받는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신속하게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국민의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공수처, 정치적 중립에 유의해야

그런데 이번 의혹 핵심 당사자들의 태도가 매우 이상하다. 김 의원은 그동안 수차례의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말 바꾸기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해하기 힘든 해명을 지속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손 검사는 지난 6일 관련 사실을 부인한 이후엔 지금까지 언론 접촉을 피하며 침묵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강제수사는 불가피했다. 윤 전 총장도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공수처 수사라는 대형 악재를 만난 윤 전 총장은 이번 의혹을 여권의 정치 공작이라면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보자 조성은 씨가 박지원 국정원장과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의 유력 주자를 제거하기 위해 대선에 박 원장이 개입한 의혹이 불거졌다고 역공에 나섰다.

여권은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윤 전 총장은 “공작”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으니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의혹에 야당 대선 유력 주자의 명운이 걸린 만큼 어느 정도 여야 대치는 어쩔 수 없지만, 소모적인 정쟁으로까지 번져서는 안 된다. 지나친 정치 공방에서 벗어나는 길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다. 검찰 같은 권력기관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 바로 공수처가 아닌가. 공수처는 설립 취지에 제대로 들어맞는 사건을 맡은 만큼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바란다.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수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발에 따른 공수처의 절차적인 수사 착수를 막을 수는 없다. 국민의힘은 어깃장만 놓지 말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공수처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 만큼 정치적 중립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공수처의 수사 편향성이 의심받는다면 엄청난 정국 혼란과 함께 공수처 존립 기반까지 흔들리게 된다. 윤 전 총장도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수사를 받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