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커피 소개한 집단은 선교사지만, 부산서 커피 널리 알려진 계기는 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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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커피 연구’ 김만석 작가

“한국의 첫 개항장이 있는 부산의 커피 향유 문화는 한국 커피 역사라고 할 만큼 오래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끽다점, 이후 등장하는 다방 역시 부산에서 다방 문화로 꽃피기도 해서 부산 커피 역사는 연구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미술평론가, 그리고 로컬 문화를 연구하는 독립연구자인 김만석(45)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김 작가는 부산 다방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부산에서 커피와 관련된 연구를 해 왔다. 최근 부산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인 ‘모모스커피’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부산 블렌딩’ 커피 출시에 힘을 보탰다.

김 작가는 한국에 가장 먼저 커피를 소개한 집단으로 선교사를 꼽고 있다. 실제로 조선 철종대에 한국에 선교사로 온 프랑스 베르뇌 주교가 홍콩에 있던 극동 대표부 선교사들 앞으로 ‘커피를 보내 달라’고 편지를 쓴 기록(1861년 3월 6일)이 남아 있다.

김 작가는 “한국에 커피를 먼저 소개한 집단은 선교사들이지만 부산에서 커피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해관의 존재”라면서 “1876년 부산항 개항 이후 초량왜관이 사라지고 1883년 부산해관이 들어서면서 영국인, 미국인 등 외국인 해관장이 부임했고 이들과 함께 일한 조선인이 커피를 마셨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개항기를 거쳐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부산에서 커피는 ‘끽다점’ ‘카페’ ‘다방’이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된다. 김 작가는 “끽다점이나 다방은 커피를 마시는 곳이기도 했지만 ‘말들이 넘쳐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며 “항구와 다방, 그리고 광복 이후 부산의 일본인 수용소는 같은 결을 가지고 있는데 사회적 공간으로 통제되는 곳이었지만 언제든지 감시 구멍이 뚫려 있어 통제 바깥의 공간이기도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현재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카페 잠시멈춤’이 ‘동네 문화 커뮤니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컨설팅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부산이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되어 안타까운데 결국 ‘카페 잠시멈춤’처럼 작은 동네 카페가 지역 문화 플랫폼이자 커뮤니티 공간이 돼 사람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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