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한계에 대한 열광: 끝나지 않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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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문학평론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미국 야구계는 기이한 기록으로 인해 상당히 놀라고 있고, 또 그만큼 열광하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한 선수가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것은 불가능한 선택으로 공인되고 있었다. 유소년 시절 혹은 대학 시절까지 강타자와 명투수로 동시에 재능을 드러낸다고 해도, 소위 말하는 프로의 세계로 들어서면 한 분야를 접어야 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추신수도 그러한 경우였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을 때만 해도 그는 투수에 가까웠지만, 그 안에서 그는 타자로 전향해 그 분야에 전념해야 했다.

이러한 선택은 비단 추신수만의 선택은 아니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야구선수들은 투수로서의 재능과 타자로서의 재능 사이에서 한쪽을 버려야 하는 선택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한 쪽 재능이 현실적으로 만개하지 못하거나 다했다고 판단되면, 다른 재능을 택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은퇴한 선수 심재학은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현대사회 전문화·세분화로 구획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 상실 우려
능률과 성과 모두 퇴보 위험도

메이저리그서 투수·타자 겸업
오타니 쇼헤이 도전 경이로워
중대한 통찰과 엄청난 노력 결실

이러한 사연들을 모아보면, 투수이든 타자이든 양쪽 재능을 골고루 그리고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요 몇 년 동안 기형적인 행보를 보이는 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직도 현대 야구에서는 한쪽만 해야 한다는 편견이 우세를 보이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폭넓은 재능을 지녔다고 해도, 타자와 투수 사이의 갈림길은 운명처럼 부여되었을 것이고, 대부분은 그 운명에 그냥 순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야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어려서, 혹은 살면서, 끊임없이 다른 유혹을 느낀다. 고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은밀하게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다거나, 생물학을 전공하여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되었음에도 가명으로 소설을 써서 소설가로 데뷔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는 모아보면 은근히 많다..

한 미래학자는 매우 ‘쇼킹’했던 과거 저서들을 통해, 현대 사회를 통제할 전문 영역과 그 이후 세계에 대한 통찰이 담아낸 바 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인류는 고도로 세분화된 사회 체제와 전문 영역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미세하게 구획된 분야에서 활동하게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런데 그러한 세계는 이미 실현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전문화된 분야의 구획은 필연적인 약점을 초래한다. 전체를 볼 수 없는, 그러니까 이웃 영역을 아우르는 시야를 빼앗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 내에서는 능할 수 있겠지만 전체를 조망할 능력을 상실할 것이고, 능률과 성과에서 모두 퇴보할 수밖에 없는 위험마저 자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도 이미 나타났다. 이때 요구되는 것이 전문 분야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또 다른 도전이다.

오타니 쇼헤이(Ohtani Shohei)의 도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그는 다소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통해, ‘하나만 할 수 있다’거나 ‘하나만 해야 한다’는 편견에 적지 않은 충격을 가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하나’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가 했던 도전에는 중대한 통찰과 함께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양자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를 닮자거나 그를 목표로 하자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한계를 향한 그의 열광적 도전이, 우리의 삶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든다고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2021년 시즌을 마무리하든, 그의 도전이 매우 인상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도전에 깊은 경의를 표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도전은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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