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88. 로이 하그로브&멀그루 밀러 ‘In Harmony(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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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클럽하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 역시 영화에서 본 듯한 많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피아노 앞에 앉은 피아니스트 그리고 피아노 옆에서 고개를 약간 숙여 트럼펫을 입에 살며시 대고 있는 트럼페터, 그리고 그들을 비추고 있는 스테이지의 간접 조명과 그림자 등인데요.

피아니스트 멀그루 밀러(Mulgrew Miller)와 트럼페터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의 앨범은 올여름의 한가운데에 발매되었지만, 가을을 준비하는 지금 우리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앨범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영화 속 재즈클럽의 한 장면을 음악과 음향으로 체험하게 해 줍니다.

멀그루 밀러는 1955년에 태어나 2013년에 세상을 떠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그는 미국의 모던 재즈와 하드 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는 ‘정통의 연주’를 지향하며 많은 재즈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가 보컬리스트 베티 카터와 함께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에 몸담고 있었던 사실 역시도, 그의 연주를 듣노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렇군’하며 고개가 끄덕여지지요.

로이 하그로브는 1969년에 태어나 2018년 세상을 떠난 트럼펫 연주자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트럼펫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뉴욕 재즈 앳 링컨센터 예술감독을 맡은 윈튼 마샬리스의 눈에 띄어 발탁되었습니다. 하그로브는 그래미에서 주목을 받으며 더욱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로이 하그로브는 재즈 뿐 아니라 힙합과 훵크 그리고 팝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하드 밥의 정통적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동시에 그 시대와 함께하는 다양한 음악을 어울렀기에 특히 많은 재즈 애호가들에게 찬사를 받았었지요.

2006년 뉴욕에 위치한 카우프먼뮤직센터(Kaufman Music Center)와 2007년 펜실베이니아 이스턴에 위치한 윌리암스센터(Williams Center)에서 녹음된 이 라이브 실황은 저에게 오랜만에 재즈의 정통과 ‘밥(Bob)’의 매력을 만끽하게 하는 앨범이었습니다.

미공개된 현장 녹음본을 복원하여 세상에 선보인 이 앨범의 사운드는 정말 훌륭한데요. 그 훌륭함이라는 것은 사운드 엔지니어링이라는 기술적인 측면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세기의 연주자 두 명이 펼치는 하드 밥이라는 시대의 음악을, 가장 그에 걸맞는 사운드로 담아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멀구르 밀러와 로이 하그로브의 정통 연주와 현대적인 음악 해석과 맞물리는 이 음반의 사운드 결은 예스럽지 않은, 그러나 반면 절대 과하지도 않은 하이파이 사운드의 생생함으로 전달됩니다. 두 사람의 앨범이 익숙한 저에게도 이 라이브실황이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은 이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그 시대의 음악이 듣는 이에게 전달되기까지 음반이 가진 모든 시간적 요소의 어울림이 무척 돋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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