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 힘든 시기에 자체 기술개발로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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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 대선조선 대표

지역 조선업계에서 기업 역사상 가장 혹독한 시기 10년을 보낸 후 재기에 나서는 부산 중소 조선소 대선조선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동일철강을 비롯한 새로운 오너 체제를 받아들이며 국내외에서 연이어 수주를 따내는 돋보이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수근 대표이사의 은탑산업훈장 수상으로 대선조선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고 있다. 이 대표는 ‘조선해양의 날’인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조선해양의 날’ 은탑산업훈장 받아
스테인리스스틸 운반선 등 특화
수차례 월급 반납 노조 상생도 큰 힘

“국내 조선업이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를 중소 조선사인 대선조선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놓지 않고 잘 버텨냈기에 대선조선을 대표해 제가 훈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이 대표는 이번 수상의 공을 대선조선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조선업계도 대선조선의 기술개발 노력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선조선이 2016년 한일고속페리로부터 수주한 연안여객선 건조다. 이 대표는 “선박 경사면을 여닫으며 사람과 화물을 싣는 로로 선박인 카페리는 원래 건조하기 까다로운데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 관련 법이 강하게 제정되면서 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 제작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1호선을 인도한 대선조선은 곧바로 선주사로부터 2호선 계약을 따냈고, 이후 3호선, 4호선까지 건조했다. 이 대표는 “대선조선의 기술력을 뽐낸 일로, 이 수주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스테인리스스틸 화학제품운반선과 참치선망선 역시 대선조선은 국내외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특화 분야로 만들어냈다. 이 대표는 “큰 조선소도 스테인리스스틸 운반선은 용접 불확실성 때문에 꺼리는 선종인데 대선조선은 그걸 18척이나 만들었다”고 말했다. 동원산업으로부터 수주한 참치선망선 역시 대선조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다.

대선조선이 도약을 다시 꿈꿀 수 있는 현재까지 오게 된 데에는 노사 상생이라는 든든한 발판도 있었다. 2010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후 장기간 위기 속에도 대선조선은 대부분 임금·단체협상을 무교섭 타결했다. 정확하게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이다. 이 대표는 “위기가 이어지며 월급이 밀린 정도가 아니라 몇 차례 월급을 반납하는 일도 있었는데 노조도 동참했다”며 “조선업계에서 이런 상생이 이뤄지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조선이 위기를 완전히 넘어선 것은 아니다. 올 초 부산 기업 5곳이 참여하는 동일철강 컨소시엄이라는 새 오너 체제가 들어선 뒤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수주 실적을 쌓고 있지만 2019~2020년 수주 가뭄기를 지나면서 올해 일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는 조선소 독에 건조하는 배가 몇 없지만 올해를 잘 넘기면 내년부터는 흑자를 기대한다”며 “최근에는 중소 조선소로서는 기회를 잡기 어려운 일인데 국립대학인 경상대로부터 이중연료 엔진을 적용한 실습선을 수주하는 등 미래 친환경 선박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8년 인하대 조선공학과 졸업 후 현대중공업에 입사, 42년째 조선업에 몸담고 있는 이 대표의 마지막 조언은 조선업계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대선조선은 아무리 어려워도 설계실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설계, 즉 엔지니어링은 기업의 본질일 수 있는데 이를 남에게 의존하면 진짜 위기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대선조선이 콜롬비아나 페루 등으로 해외 진출을 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독자 기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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