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BTS의 '붉은색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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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50년 페르시아 제국 아르타세르세스 1세 때 느헤미야라는 한 신하가 유대로 여행하겠다고 청하자, 왕은 ‘강을 넘어서도 효력을 발휘하는’ 문서를 작성해 주었다.’ 이는 여권(passport)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 중 하나로 유대교 경전 ‘타나크’에 전한다.

여권은 해외 여행객의 국적과 신분을 증명하는 국제 신분증이다. 자국 시민의 외국 여행 때 안전을 위해 국가가 신분을 증명하는 근대적 의미의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한 사람은 잉글랜드의 헨리 5세로 알려져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유럽 각국은 보안상 이유와 인력 관리를 위해 출입국심사 절차를 만들었고, 이는 표준 절차가 돼 전쟁 이후에도 유지된다. 1920년 국제 연맹은 여권의 발급 표준에 대한 회원국의 총의를 이끌어 낸다. 현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각국 정부에게 권고하는 여권 표준을 공표한다.

여권은 내부 칩에 얼굴 사진과 신원 정보가 들어 있는 ‘전자 여권’까지 등장할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 발급하는 일종의 증명서를 ‘백신 여권’이라 부른다.

대한민국의 여권은 일반 여권, 관용 여권, 외교관 여권으로 구분된다. 관용 여권은 국가적인 일(공적 업무)로 인해 해외로 출장 갈 때, 외교관 여권은 외교관 신분이면 발급받을 수 있다.

최근 유엔총회 ‘SDG모멘트(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에 참석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돼 붉은색의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았다. 외교관 여권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외교부 장관이 지정한 소속 공무원 등이다. 해당자의 가족에게 주어지기도 한다. 또 특사나 정부대표 등에게 발급된다. BTS는 특사 신분인 만큼 여권법 시행령에 따라 외교관 여권으로 출국했다.

BTS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해 준 것을 놓고 출국 전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BTS는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려움에 처한 팬데믹 시대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들은 “(코로나19로)세상이 멈춘 줄 알았는데, 분명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에서 모두에게, 서로에게 ‘웰컴’이라고 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특사소년단,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인 그들이 자랑스럽다.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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