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으로 열고 여운 남기며 닫고 개성 있게 즐긴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개막 작 임상수 감독 행복의 나라로. BIFF 제공

올해는 영화제 개·폐막식이 열린다는 점에서 지난해 쓸쓸했던 영화제와 달리 한껏 축제 분위기가 가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축제에 걸맞게 개·폐막작은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선정됐다. 거장 감독 신작이나 화제작 중에 감독이나 배우가 직접 부산을 방문해 영화를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는 3편이 선정돼 관객을 기다린다.


개막작 임상수 ‘행복의 나라로’
폐막작은 홍콩 렁록만 ‘매염방’
감독·배우 내한하는 갈라 섹션엔
카락스·하마구치 작품 3편 선정


■묵직한 감동과 여운 개·폐막작

먼저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는 임상수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이다. 임 감독이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다. ‘행복의 나라로’는 칸 영화제 2020에 선정된 작품이지만 지난해 칸 영화제가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를 포기하면서 관객에게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팬데믹이 낳은 비극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행복의 나라로’는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완벽하게 어울린다”며 “작품성도 있고 대중적 호소력이 있는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복역한 죄수 번호 ‘203’(최민식)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탈옥을 결심한다.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203은 희귀 난치병으로 병원을 돌며 필요한 약을 훔치며 살아가는 ‘남식’(박해일)을 만나게 되고 함께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드무비가 바로 ‘행복의 나라로’다.

배우 최민식과 박해일 외에도 반가운 한국 영화인이 다수 등장한다. ‘바람난 가족’(2003)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에서 임상수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 윤여정이 ‘윤 여사’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조한철 임성재 이엘 등 개성파 영화인이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여 극의 흥미를 더한다.

개막작이 로드무비라면 폐막작 ‘매염방’은 전기영화다. 홍콩의 가수이자 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한 메이옌팡(매염방·1963~2003)의 일대기를 그렸다. 렁록만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이다. 그는 2012년 BIFF 개막작이었던 ‘콜드 워’를 써니 럭 감독과 공동 연출해 BIFF와 인연이 깊다.

홍콩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수이자 영화 배우로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던 메이옌팡의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외로움과 분투를 스크린에 옮겼다. 20년에 걸친 장궈룽(장국영)과의 우정을 비롯한 당대 홍콩 스타와의 관계를 밀도 있게 그렸다. 사스 사태 같은 홍콩을 뒤흔든 일이 벌어졌을 때 목소리를 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던 메이옌팡의 삶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메이옌팡 생전에 등장한 방송이나 영화 장면을 활용해서 실제 메이옌팡과 극중 메이옌팡이 교차되어 나오는 연출이 인상적”이라면서 “1980~90년대 전성기를 달린 홍콩 대중문화에 대한 향수가 깔린 작품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여운이 짙다”고 전했다.



■독특한 개성 담은 갈라 3편

감독이나 배우의 내한이 원칙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특성상 올해는 예년보다 적은 3편을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으로 선보인다. 지난해는 아예 해외 게스트를 초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온라인 기자회견으로 게스트 참석을 대신했다.

프랑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는 올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카락스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로 프랑스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와 미국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오페라 가수와 스탠드업 코미디언 사이에 아네트라는 이름의 딸이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제 마음속 올해의 칸 황금종려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며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홀리 모터스’(2012) 이후 내놓은 역작으로 ‘트래지디(비극) 뮤지컬’이자 ‘락 오페라’라고 부르고 싶다”고 전했다.

갈라 섹션의 나머지 2편은 모두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작품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우연과 상상’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하마구치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이어 일본을 이끌어갈, 떠오르는 감독으로 불리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 속 동명의 단편을 영화화했다. ‘우연과 상상’은 우연을 주제로 한 3가지 단편을 모았는데 각각 별개 이야기지만 결국은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는 작품이다.

특별한 이벤트도 열린다. 그동안 서로의 팬을 자처한 하마구치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의 두 작품에 대해 특별 대담을 할 예정이다. 하마구치 감독은 2년 전 BIFF를 방문했을 때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전에서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상영 후 단독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인연도 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