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1] 변방에서 중심으로… 아시아 수작들, 스크린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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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뉴 커런츠

카밀라 안디니 ‘유니’. BIFF 제공

BIFF를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영화의 가능성을 이만큼 보여주는 영화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을 확인해 주는 게 ‘아시아영화의 창’과 ‘뉴 커런츠’ 섹션을 통해서다.



아시아영화의 창

총 27편 초청… ‘유니’ 등 주목
4회째 ‘지석상’엔 7편 후보에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작품 중에는 빼어난 작품이 많아 팬들을 벌써부터 들뜨게 한다. 올해 ‘아시아영화의 창’에는 모두 27편이 초청됐다. 박성호 프로그래머는 “동남아에서는 전통적으로 태국과 베트남이 강세였는데, 올해는 인도네시아 영화가 좋다”고 소개했다

올해 인도네시아 영화의 발견이라면 카밀라 안디니 감독의 ‘유니’를 꼽을 수 있다. 영화는 고3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토론토 영화제 초청작이다. 박 프로그래머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영화지만 그 저변에 깔린 보수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날이 선명한 수작이다”고 평가했다. ‘유니’가 관객이 공감할 작품이라면, 인도네시아 에드윈 감독의 ‘사랑과 복수’는 남녀 구분 없이 재밌게 볼만한 영화다. 인도네시아 문학계의 쿠엔틴 타란티노라 불리는 에카 쿠르냐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에드윈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을 더해 영화로 완성됐다. 2021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태국 영화로는 ‘시간의 세례’를 꼽을 수 있다. 한 여성의 희생을 현대사에 덧씌워 풀어낸 짜끄라완 닌탐롱 감독의 ‘시간의 세례’는 ‘맴’이라는 여성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참여작이다.

올해 국제영화제나 예술적으로 큰 평가받는 작품이 일본 스기타 교시 감독의 ‘하루하라상의 리코더’이다. 마르세유 영화제 대상작으로 ‘시적 영화’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착한 홍상수 같은 느낌의 영화다.

아시아영화의 창-지석상은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아시아 중견 감독의 신작에 수여되는 상이다. 4회째를 맞은 올해는 7편이 후보에 올랐다. 올해부터는 지석상을 조금 더 경쟁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시아 프로그래머의 의기투합이 있었다. 올해 지석상 후보작에는 특별히 브리얀테 멘도자, 오기가미 나오코, 아파르나 센 등 아시아의 저명한 감독들의 신작이 다수 포함되면서 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중 필리핀의 거장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이 일본 배우 쇼겐과 함께 작업한 ‘젠산 펀치’는 장애를 가진 권투선수가 정식 선수 자격증을 얻기 위해 차별의 시선과 싸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카모메 식당’ ‘안경’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일본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 ‘강변의 무코리타’ 역시 지석상 후보작에 꼽혔다. 인도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이자 배우인 아파르나 센은 ‘레이피스트’로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올해 76세인 감독은 작품을 통해 인도의 젠더, 계급, 법과 제도 문제를 통찰력 있게 그려냈다.



뉴 커런츠

11편 선봬… ‘장르의 향연’ 전망

25년간 아시아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뉴 커런츠는 아시아영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며 아시아 재능 발굴의 산실이다. 올해는 모두 11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초청작들을 보면, 장르의 향연이 펼쳐질 거 같다. 스릴러와 서스펜스, 판타지와 코미디, 미스터리 범죄물과 호러…. 아직 아시아에 잔재해 있는 가부장적 사고와 성차별, 그리고 여성 서사는 물론이고 고향과 가족 이야기까지 없는 게 없다.

선정 작품 중 일본영화 ‘실종’의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실종’은 그의 두 번째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의 조연출 출신답게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스릴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도와 이란 영화도 각 2편 씩 선정됐다. 이중 인도 영화 ‘페드로’는 인도 서부 지역 숲속 마을에서 보이지 않는 삶을 살던 전기 수리공 페드로가 우연히 처하게 되는 곤경을 그려냈다.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출연자 대부분이 비직업 배우지만, 연기를 잘하고 촬영이랑 편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란 영화로는 ‘감독은 부재중’이 주목 받는다. ‘감독은 부재중’은 감독이 외국에서 영상통화로 연극 연습을 지도하는 가운데 감독과 단원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다.샘 멘데스 감독의 ‘1917’(2019)처럼 롱 테이크로 촬영한 독특한 작품이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데뷔작 ‘마리암’(2019)으로 제26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 황금수레바퀴상을 수상한 카자흐스탄 샤리파 우라즈바예바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붉은 석류’가 뉴 커런츠상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한국 작품으로는 김세인 감독의 첫 번째 장편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와 박강 감독의 ‘세이레’가 선정됐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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