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자동화 앞당길 안벽 크레인 원격 운전 첫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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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한진해운 파산으로 실직한 뒤 부산항으로 못 돌아올 줄 알았어요. 이렇게 새 컨테이너 터미널의 영업본부장으로 돌아오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터미널 업계에서 여성이 영업본부장을 맡는 사례가 드물기도 하고요. 과연 이게 화려한 귀환이 될지 어떨지는 앞으로의 실적에 달려있겠죠?”

부산항 신항에 내년 4월 새롭게 문을 열 부산컨테이너터미널(BCT)의 이승미 영업본부장은 2006년 신항 개장을 앞두고 항만업계에 발을 들였다. 영어교사였던 그는 르노삼성을 거쳐 신항에서 가장 처음 문을 연 부산신항만주식회사(PNC)에 2004년 입사했다. 이후 한진해운신항만으로 직장을 옮긴 뒤 한진해운 본사에 근무하던 중 회사가 파산하면서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됐다.

PNC 입사, 한진해운 파산으로 실직
내년 개장 신항 부두 물량 유치 맡아
부산항 가치 국내선 덜 알려져 아쉬워

“40대에 실직하게 돼 막막하던 차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삶의 의욕을 다시 찾았습니다. 터미널 운영 시스템(TOS)을 만드는 IT 회사에 재취업하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죠. 중국 항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서 부산항을 밖에서 바라볼 기회도 얻었습니다.”

이 본부장은 내년 개장을 앞둔 BCT의 물량 유치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국내외 선사에 터미널을 소개하고 이용 계약을 맺는 일이 그의 주요 업무다. 계약을 체결한 선사가 부산항에서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방안을 협의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내년 4월에 1개 선석, 6월에 총 3개 선석이 개장하게 되면 최근의 항만 적체나 야드 부족 현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에 더해 BCT는 부산항 자동화를 한 단계 높일 안벽 크레인 원격 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부산항 신항에서는 야드 크레인 자동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안벽 크레인에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 조종하는 사례는 BCT가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선도적으로 적용되는 곳이 항만임에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밀수와 범죄의 현장으로 주로 다뤄지는 게 이 본부장은 안타깝다고 했다.

“항만이 국가 보안시설이다 보니 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산업적 중요성이나 기술혁신 성과가 덜 알려진 것 같습니다. 부산항의 가치나 중요성은 해외에 더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예요. 최첨단 디지털 경제의 첫 줄에 부산의 오래된 산업인 해운·항만이 서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1976년생인 이 본부장은 그보다 100년 앞서 탄생한 부산항과의 인연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1876년 부산항 개항 연도를 외우고 다니는 걸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저에게는 정말 기억하기 쉬운 숫자인데 말이죠.”

개장 15년을 맞은 부산항 신항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그는 앞으로의 15년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제2신항(진해신항) 개장을 비롯해 향후 15년이 더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산항이 지속해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더 많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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