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실종된 '관광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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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은 ‘세계관광의 날’이었다. 1979년 유엔 산하 세계관광기구(UNWTO)가 관광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목적으로 제정한 국제기념일이다. 1970년 9월 27일 세계관광기구헌장이 채택된 걸 기리고 전 세계 관광산업 활성화를 다짐하는 날이다. 유엔은 관광을 세계 평화와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이유로 모든 국가가 권장해야 할 중요한 산업으로 본다. 관광은 각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유산,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 간 다양한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소통의 통로여서다.

세계관광기구는 1980년부터 매년 관광의 날에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주제를 정해 한국 등 156개 회원국과 함께 성대하고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펼쳐 왔다.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에는 세계관광기구가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넘겼다. 우리 정부도 관광 진흥 유공자들을 포상하는 것으로 기념식을 대신했다.

세계 관광업계가 2년째 축제는커녕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 있는 까닭이다.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경 봉쇄와 해외여행 규제로 관광산업이 붕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 제한이 방역의 필수조건이 된 시대에 나라마다 관광업계와 관광지 일대 상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지 오래다. 한국과 일본 여행사, 연관 산업 종사자들은 2019년 한·일 정치 갈등에 따라 양국 관광이 마비되는 바람에 3년째 일손을 놓고 있거나 전업했다.

여행 수요가 사라지자 관광산업에서 발생한 총수입액과 총수출액을 집계한 ‘관광수지’라는 용어가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는 1989년 단행된 해외여행 자유화와 가계소득 증가가 맞물려 코로나 사태 전까지 외국에 나가는 한국인이 매년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인의 씀씀이도 커 만성적인 관광수지 적자에 허덕였다. 월·분기·반기·연도별 관광수지와 관광객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적자 문제와 수지 개선의 필요성이 언론에 도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난해 출국자와 입국자 모두 급감하고, 올 들어 더욱 줄어든 상태에서 통계 수치가 무의미해지면서 관광수지란 말을 듣기 힘들게 됐다.

향후 코로나 장기화가 진정돼 일상이 회복되면 세계적으로 ‘보복 여행’이 성행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이에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된 부산과 국내 관광산업의 대비가 요구된다. 지금의 침체기를 세계 관광대국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출국하는 내국인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훨씬 많아져 관광수지도 흑자로 돌아서길 바란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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