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문학 시조, 한글 서체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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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한글 창제 이전부터 자리잡은 문학 장르다. 조상들은 정형화된 민족 고유 문학으로 구전되어온 시조가 문자가 없어 이슬처럼 사라질까 싶어 한문 문학형식을 빌려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이 형식은 ‘소악부’(小樂府·우리나라의 시가를 시화한 칠언 절구의 한시), ‘번방곡’(飜方曲·우리 나라 고유의 시가 형태인 시조를 한역화한 작품), ‘가오악부’(嘉梧樂府·구전되던 시조 일부를 한문시가 형식으로 번역한 것), ‘교방가요’(敎坊歌謠·기녀들에 의해 전해진 노래) 등으로 전해져 왔다.

19회 한글서예 한마당·초대전
9일까지 부산시청 2층 전시실
전국 저명 작가 작품 63점 선봬

(사)한국서체연구회 허경무 이사장은 올해 한글날 행사를 앞두고 이 점을 주목했다. 국내 서예 행사에서 한문을 한글로 번역해 쓴 작품은 많지만, 우리 노래를 한문으로 옮긴 노래를 서예작품 소재로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서체연구회는 9일까지 부산시청 2층 전시실(1, 2, 3 전관)에서 ‘575돌 한글날 맞이 제19회 한글서예 한마당 및 전국 대표작가 한글서예 초대전’을 연다. 특히 전국대표작가 한글서예 초대전에는 전국의 수준 높은 작가 63명이 작품 63점을 선보인다. 한글로 된 시조와 이를 한시나 한역화한 작품을 함께 실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한글은 훈민정음해례본체, 훈민정음언해본체 정자와 훈민정음언해본체 흘림, 궁체 정자와 궁체 흘림 등 5가지로 돼 있다. 출품작에 실린 문장에 대한 선문과 번역은 정경주 경성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허경무 이사장은 조선 시대 문인 최경찬과 기생 홍랑의 이별 이야기를 담은 시조를 서예 작품(사진)으로 옮겼다. 홍랑은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날인양 여기소서’ 시조를 남겼고, 최경찬은 이를 한시 형식으로 옮긴 작품을 남겼다. 내용 위주로 번역했기 때문에 온전한 칠언 절구 형식은 아니다. 허 이사장은 언해본체 흘림(한글)과 예서체(한문)로 서체를 복합구성했다.

권상호 서예작가는 ‘우리 둘이 후생에 나 너 되고 너 나 되어’로 시작하는 교방가요를 해례본체(한글)와 행서체(한문) 복합구성 작품으로 냈다. 권용완 작가는 ‘백초를 다 심어도 대는 아니 심으리라’로 시작되는 가오악부를 언해본체 정자(한글)와 행서체(한문) 복합구성으로 표현했다. 신미경 작가는 ‘어젯밤 눈 온 뒤에 달이조차 비최였다’로 시작하는 신흠의 시조와 한시를 궁체 흘림(한글)과 행서체(한문)로 표현했다.

허경무 이사장은 이번 초대전 의미에 대해 “한글 서체와 우리의 고유한 문학인 시조, 이를 한문학으로 남겼던 조상들의 정취를 문자 예술 형식에 담아 서예작가들의 예술적 감성으로 살려내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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