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인문학의 향연, 불평등·기후 위기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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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산인문프로젝트 ‘부산, 인문 바다에 빠지다’

2021 부산인문프로젝트 ‘부산인문포럼1-문학으로 만나는 불평등’에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우석균 교수가 참여해 ‘세계문학과 루벤 다리오’를 주제로 강연한다. 사진은 지난해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제1회 K-amigo 라틴아메리카 대중강좌 장면. 부산일보DB

2021 부산인문프로젝트가 ‘부산, 인문바다에 빠지다’란 이름을 내걸고 진행 중이다. 2019년 부산의 인문학 단체들이 모였고, 지난해 첫 행사인 ‘2020 부산인문연대프로젝트’를 연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로 ‘2021 부산인문프로젝트’를 펼친다. 외형을 보면 9월부터, 본격적으로는 10월부터 12월 초·중순까지 16개 행사, 총 59회의 인문학 향연을 펼치는 것이다. 부산인문연대(21개 단체)와 인본사회연구소가 주최하고, 부산인문연대 13개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로, 부산시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올해로 2번째… 12월 중순까지
16개 행사와 다양한 프로그램
부산인문포럼·비치 투어 등 마련
문화 도시 부산의 방향 모색도


부산이란 도시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대단한 문화적 역량을 갖춘 도시라고 한다. 역동적 바다와 혼종성의 문화가 넘실대는 곳이기 때문이다. 각 분야, 각 계층의 문화적 의지도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개발의 미명 아래 도시의 기억이 지워지고 천혜의 자연을 잠식하려는 토건 세력들의 줄기찬 시도들이 일어나면서 갈팡질팡하는 양상을 보이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산을 짓누르는, 부산의 향방을 되묻는 지배 이념의 재구성이 필요한 것이다.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 필요하며, 새로운 사유와 전망이 시급한 것이다. 2021 부산인문프로젝트가 그에 대한 즉답을 내놓는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인문학 도시의 전망 속에서 그런 질문의 뱃심을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2021 부산인문프로젝트는 ‘불평등과 기후 위기’를 큰 주제로 잡는다. 길가 간판까지 녹인다는 전 세계적 기후 위기는 코로나19와 함께 뭇 생명을 위협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의 주제다. 뿐만 아니라 일부의 기득권이 통제받지 못하고 살을 찌울 때 부산 사회 내부의 불평등이 더해질 것은 분명한 이치다.

3회의 ‘부산인문포럼’과 2회의 ‘인문 BOOK 토크’가 큰 주제에 집중하는데 ‘문학으로 만나는 불평등’ ‘라틴 지역 불평등’ ‘다문화 이해를 위한 문화읽기와 세계시민교육’ ‘빈곤과 불평등의 정치학’ ‘기후 변화와 생태계 위기’ 등의 이름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둘째 눈에 띄는 것은 인문투어, 4개 행사 총 14회의 행사다. 인문학을 투어와 융합한 것으로 그중 3회의 비치 투어는 ‘바닷가 걷기와 쉼의 미학’이란 이름으로 오후 6시부터 송정에 이어 일광, 다대포 바닷가를 맨발로 걷는 행사다. 부산에서 달빛 바람 모래와 함께하는 맨발 해변 산책이 인문학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5회의 다크투어는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의 상흔과 기억이 담긴 곳을 찾는 행사로 가덕도, 상해거리, 중앙공원, UN기념공원 일대, 정공단 일대, 임시수도 기념관 등을 각각 찾는 행사다. 부산은 임란과 한국전쟁을 통해 역사적 면모를 일신해 온 도시인데 그 흔적을 되밟는 것이다.

셋째 부산 문화와 해양성을 살린 것이 총 9회의 시네인문학과 총 3회의 해양인문학이다. 영화도시 부산을 치유, 인문학적 통찰, 인문학적 글쓰기와 연계한 것이 ‘시네인문학’이고, 직접 배를 타고 부산의 문화유적을 탐험하고 전문가의 강좌를 듣는 것이 ‘해양인문학’이란 이름의 행사로 치러진다.

넷째 후속 세대를 위한 행사로 총 19회의 청소년인문학, 총 4회의 어린이인문학 행사가 치러진다. 고전 읽기도 진행되고, 입제 그림책 만들기도 하고, 불평등과 기후 변화, 그리고 주변부의 삶에 대한 특강도 진행된다. ‘아프리카 여성의 불평등과 차별의 문화’ ‘중동 무슬림 여성의 삶’ ‘아프리카 in 부산 톡톡’ 등의 특강이 그것이다. 한자인문학이란 이름의 총 4회의 강좌와 답사, 축제도 이어진다.

‘2021 부산인문프로젝트’, 부산인문연대가 지향하는 것은 부산발 세계인문학 대회다. 그간 몇 차례 행사를 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어엿한 ‘부산발’ 행사를 치르겠다는 포부다. 12월 17일 원탁회의는 ‘2021 부산인문프로젝트’을 결산 평가하고 세계인문학 대회를 전망하는 자리다.

올 행사를 기획한 남송우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6월 30일 부산인문학조례가 부산시의회를 통과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며 “이 조례를 기반으로 부산의 인문학 진흥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데 먼저 올 부산인문프로젝트가 부산 시민들의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했다. ‘2021 부산인문프로젝트’ 행사 전체 일정표와 부산인문연대 참여 단체 21곳 이름은 부산닷컴(busan.com)에 게재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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