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포근한 ‘두 남자의 여정’… 모두 행복하게 촬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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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기자회견

“요즘 계층에 대한 한국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 영화는 계층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계층 문제가 심각하고 대놓고 이 문제를 다루는 게 한국영화라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의 임상수 감독의 말이다. 6일 오후 BIFF 개막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 감독은 영화 ‘기생충’(2019)과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으로 이어지는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죄수 203’과 ‘남식’의 로드 무비
‘계층’ 냉소적 시선 임상수 감독
이번엔 ‘돈’과 ‘죽음’ 대한 고민
최민식·박해일 주연 ‘첫 호흡’
박 “언제 이런 기회가… 행복”
조연 이엘 “작품 참여, 운 좋아”



임 감독의 이전 작품인 ‘돈의 맛’(2012), ‘하녀’(2010)와 달리 이번 작품은 계층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돈은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다. 다만 이번에는 ‘죽음’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겼다.

사회를 맡은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은 “임상수 감독 영화에는 항상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이 깔려 있는데 이번 영화는 임 감독 영화 중 가장 따뜻하고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허문영 위원장과 오늘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솔직히 그때는 임상수 영화답지 않게 촌스럽다고 얘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 감독은 또 “최민식 씨와도 얘기를 나눴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부모님이라든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고,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나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다루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는 뇌종양 선고를 받고 즉흥적으로 탈옥을 결정한 죄수 번호 ‘203’(최민식)과 병원에서 일하며 앓고 있는 희귀병 약을 훔치며 살아가는 ‘남식’(박해일)이 우연히 돈이 가득 실린 장례차를 타고 함께 도망을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드 무비다. 처음에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존재가 된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최민식과 박해일은 촬영이 즐거운 현장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배우 최민식은 “오토바이 신이 겁이 나기도 했는데 박해일이 스턴트맨 수준으로 잘 타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박해일 역시 “15년 전부터 최민식 선배와 작품을 하고 싶었다”면서 “로드 무비라는 장르가 낯설지만 언젠가 해 보고 싶었고 최민식 선배의 호흡 하나에도 리액션을 하면서 언제 이런 기회가 올까라는 마음으로 촬영한 행복한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 2명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자회견장에는 배우 최민식, 박해일과 영화에서 개성적 연기를 선보인 배우 조한철, 이엘, 임성재가 함께했다.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임 감독의 전작에 다수 출연했던 배우 윤여정도 ‘신 스틸러’(주연만큼 주목받는 조연)로 등장한다.

윤여정과 이엘은 모녀 사이로 나온다. 배우 이엘은 “분량을 떠나서 임상수 감독님과 이런 배우들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언제 해 보겠나 싶었고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표면적으로는 두 남자의 로드무비지만, 이들을 쫓는 경찰뿐만 아니라 돈의 원래 주인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입장에서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면서 “조직의 높은 사람과 딸, 경찰서장, 중요한 순간에 마주치는 순경 그리고 ‘203’의 딸까지 ‘투 맨 로드 무비’라는 장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는 2020 칸 공식 선정작이지만 지난해 칸 영화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못하면서, 2년 만에 BIFF 개막작으로 관객과 만났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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