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BIFF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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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

영화를 보고 울고 웃고 떠드는 가을이 올해도 부산을 찾아왔다. 항상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따라다녔던 태풍도 없었고, 오히려 이상 기후라고 할 정도로 평균 기온이 높아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영화를 보기에는 최고의 해가 아니었나 싶다. 비록 좌석의 50%만 앉을 수 있었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개·폐막식을 비롯한 부대행사의 재개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직 폐막식을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1200명 규모의 개막식을 무사히 치러낸 것과, 코로나19 확진자가 상영관에 다녀간 뒤 BIFF의 대처 상황을 보면 일상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그램 측면에서는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가 많았다. 동네방네비프를 통해 꼭 해운대나 남포동을 찾지 않아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BIFF가 영화인과 일부 관객들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의, 부산 시민의 축제라는 점을 널리 알린 행사였다.

아쉬운 점도 많았다. 특히 11일 밤 해운대구 소향씨어터에서 있었던 영사 사고 이후 BIFF의 대처는 매우 유감스럽다. DCP(영상이 담긴 디지털 포맷)와 컴퓨터 충돌로 무려 상영이 50분이나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상영한 영화 제목(‘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드가 라이트 감독)에 빗대 “부산의 마지막 밤이 최악으로 끝났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몇 번의 테스트를 거친다고 해도 영사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후 대처다. 현장에서는 “필름 문제”라는 실제 사실과 다른 방송이 이어졌다. 아무리 관객에게 환불을 해줬다고 해도, 드라마 한 편을 다 볼 시간인 50분이나 상영이 지연됐다는 점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한다.

이외에도 자원봉사자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관객이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거나, 소통 문제로 예정된 기자회견이 2건이나 연기된 점 역시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년에는 이같은 사고와 불통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방역 대책도 세워야 하고, 한정된 인력 자원을 데리고 열흘간의 축제를 치러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BIFF 임직원은 30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단기 스태프와 자원봉사자 600여 명으로 축제를 꾸렸다. 하지만 영사 사고나 현장 직원 대처 문제는 코로나19와는 상관없는 영화제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다. BIFF는 ‘앞으로 10년’이라는 BIFF 중장기 발전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100년 가는 한국 대표 영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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