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바라는 건 거창한 구호보다 작아도 실현 가능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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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청년네트워크 이승우 회장

“울산의 가장 큰 문제요? 단연 ‘청년 인구 유출’이죠. 우리 청년네트워크가 ‘코로나 청년세대’를 위한 소통 창구가 되길 소망합니다.”

‘록다운(Lockdown) 세대’로 불리는 이 시대 청년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에 그 어떤 계층보다 많이 노출됐다. ‘산업수도 울산’ 청년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 취업난에 소위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대변되는 청년 문제를 해결할 실효성 높은 정책 개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울산청년네트워크(울청넷)’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청년 대의기구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년들이 현실에서 직접 느낀 문제점과 고민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발굴, 실천하는 단체다.

시 조례 따라 구성해 청년정책 제안
심야 은하수버스 도입 등 성과도
지역 청년 정착률 높이는 게 과제

울산시 청년기본조례 제정에 따라 2017년 구성해 지금까지 1·2기 50명씩 모두 100명이 활동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주부, 직장인까지 인원 구성도 다양하다. 울청넷은 일자리·창업·소셜·복지·문화·주거 등 6개 팀으로 나눠 각종 아이디어를 수집·분석하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투표를 통해 울산시 등에 청년 정책을 제안한다. 지난 14일 만난 울산청년네트워크 이승우(34) 회장은 “청년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이 지자체나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선거철만 되면 부르짖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청년 눈높이에 맞는, 작게라도 실현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청넷은 그간 지역의 열악한 교통여건을 반영한 은하수 버스(심야버스) 도입, 울산에 거주하는 군 장병에 대한 상해보험 가입(검토 중), 청년주간 운영 등 꾸준히 정책 제안 활동을 벌였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특히 올해 9월 ‘다름을 담다. 청년을 담다’라는 부제로 마련한 울산청년주간은 청년이 마주한 고민과 문제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아이디어와 성과를 공유하는 밀착형 행사로 구성해 지역사회의 호평을 끌어냈다.

무엇보다 울청넷의 최대 과제는 지역 청년의 정착률을 높여 ‘청년이 살기 좋은 울산’을 만드는 데 있다.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따르면 울산지역 청년 인구는 2011년 42만 8434명으로 전체(113만 5494명)의 37.7%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35만 2717명으로 전체 인구(113만 6017명)의 31%를 차지했다. 불과 10년 만에 6.7%포인트나 확 줄어든 것이다. 울산을 떠나는 이유로는 ‘직업(45.8%)’이 가장 많았다.

이 회장은 “‘청년이 울산의 미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청년의 ‘탈(脫)울산 행렬’이 해마다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겹쳐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할 것”이라며 “청년에게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완화하는 등 지역사회의 효과적인 청년정책을 발굴·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로, 울청넷의 구심점 역할을 한 이 회장은 올해로 2기 활동을 접고 3기 회원에게 바통을 넘긴다. 이 회장은 “지난 몇 년간 지역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각종 정책을 연구해 시정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과 큰 보람을 느꼈다”면서 “앞으로도 청년 네트워킹을 더 활성화하고 좀 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과 소통·연대해 심각한 청년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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