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악재 ‘글로벌 공급망 차질’… 한국경제,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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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내수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한국경제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대외 불안 요인이 새로운 악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가 지표로 뚜렷하게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호조세를 보여온 수출이 둔화하고 제조업 생산도 줄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가 꺾이면 한국경제도 함께 휘청일 여지도 있다. 정부는 향후 수출 둔화 가능성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내수 경기 회복 아직 멀었는데
중국 전력난·원자잿값 상승 등
전세계 자재·부품 수급 불안
수출 중기 부담 커질 전망
정부 “경계심 갖고 상황 주시 중”

17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내내 휘청이던 내수 경기는 최근 개선세를 보이는 중이다. 대면서비스업 등 취약 업종의 어려움이 남아 있지만, 백신 접종과 경제 활동 확대 등에 따라 코로나19 4차 확산에도 소비와 고용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국내 카드 승인액은 8.8% 증가해 8개월 연속 증가했고,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8로 8월보다 1.3포인트(P) 상승했다.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돌입하면 내수 회복 흐름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수 걱정을 일부 덜었다고 해서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대외불안 요인들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10월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내수 측면에서는 4차 확산의 영향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불확실성이 작아지고 있지만,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대외불안 요인은 △유가·환율 상승 △미국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위험 △중국 금융시장 불안 △각국 인플레이션 우려 등 다양하지만, 가장 큰 악재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문제다. 중국의 전력난, 동남아의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록다운(봉쇄),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대란 등이 중첩되면서 전 세계가 각종 자재·부품·제품 수급 불안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새로운 위협요인을 반영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0%에서 5.9%로 하향조정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 이에 정부도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불안 요인 중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제1의 당면과제’라고 판단하고 상황을 주시 중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 8일 “우리 경제는 차량용 반도체 및 일부 해외 현지생산을 제외하면 공급망 차질의 영향이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는 현재 지표상으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올해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계절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으나 반도체(3.5%), 자동차(3.3%) 등 주요 업종은 증가했다. 다만, 제조업 현장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약화하는 모습이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실사지수(BSI) 4분기 시황 전망치는 100으로 전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3분기 전망치(103→101)에 이은 2개 분기 연속 하락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차질 문제가 수출 중소기업 등의 부담을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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