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컨테이너겟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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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째 물류회사를 경영하는 A 씨는 올해처럼 힘든 적도 드물 거라고 했다. A 씨의 상황은 영업 제한 등으로 고객이 줄어서 힘든 자영업자의 그것과는 또 달랐다. 고객(화주)은 있는데, 평소처럼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언제부턴가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장치장이 배를 기다리는 화물로 가득하면서 선박 입항 10일 전부터 컨테이너 반입을 허용하던 것을 3일로 줄였고, 그에 따라 A 씨 회사 직원들은 화물을 쌓아 둘 곳을 찾느라 하루하루가 전쟁이 된 것이다. 게다가 늘어난 물류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문제로 화주와도 연일 신경전이었다.

물류회사뿐 아니라 수출입 기업의 아우성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들이 최근 감자튀김 재료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는 뉴스도 그중 하나다. 해운 물류 차질로 수입이 지연되면서 원재료인 미국산 냉동 감자튀김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차 전지업계는 선박 대신 기차를 이용해 유럽의 자동차 공장으로 배터리를 보내고 있다고도 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가까운 항구도시까지만 선박으로 물량을 보낸 후 시베리아횡단철도 등에 배터리를 실어 유럽으로 보내는 식이다.

물류 대란 뉴스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선 ‘컨테이너겟돈’이란 말이 언론에 등장했다. 컨테이너와 아마겟돈을 합친 신조어다. 컨테이너도 부족한데, 배가 들어와도 하역 인부가 없고, 이를 운반할 트럭 기사나 보관할 창고 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새로운 공급망 병목현상이 생긴 것을 빗대서 한 말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은 대형 화물기 구매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코카콜라는 석탄, 곡물 등 필요한 원자재를 선적하는 벌크선을 전세 내 운항에 들어갔다고 한다.

문제는 난데없는 공급망 위기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비상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558억 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물류 대란까지 겹쳐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출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복합경제위기로 번질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우리 정부도 선제 대응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막말로 감자튀김만의 문제라면 안 먹으면 되지만 경제라는 게 그렇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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