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차기 대선에 바다를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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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장

나는 부산항발전협의회(공동대표 박인호·이승규)가 주축이 된 신해양강국운동에 동료 교수들과 함께 기획연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사업을 수행했다. 한진해운 파산에서 얻은 교훈에 대한 발표, 해양수산산업 발전을 위한 100대 과제 발굴, 1000인회 모임 결성 등이 그 성과물이다. 지난주에 1년을 정리하는 모임을 가졌다. 성과물은 ‘청서’라는 제목의 책자에 수록되었다. 기획위원들은 차기 정부에 바라는 100대 과제 중 20개씩을 제출했다.

공통으로 제시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바다 관련 국회의원을 배출하자는 제안이다. 비례대표제가 헌정사상 쭉 있었지만 해양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바다 관련 지역구를 두어야 한다고 나는 <부산일보>(2021.2.14일 자)에 제안했다. 우리는 주거하는 주소지를 근거로 선거구를 가진다. 그렇다면, 선원들의 선거구는 자신들이 주거하는 선박이거나 바다여야 할 것이다. 북태평양, 남태평양 그리고 대서양을 각각 상징하는 동해, 남해, 서해 선거구를 두면 될 것이다. 바다 출신 전문가들이 국회에 진출, 바다 관련 입법 활동을 해야 한다.

바다 지역구 국회의원 두고
해수부, 조선과 통합해 시너지
선주사 육성 부울경 해사크러스트로

신해양강국운동 '청서'에 담아
정부·산업계·학계 공동 노력 필요

두 번째는 해양수산부를 물류 및 조선과 통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제안이다. 국제적 경쟁력이 요구되는 해운산업은 조선과 물류 그리고 선박금융이 상호 협업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도 일원화되어야 한다. 각 부서를 통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차선책으로 대통령 직속에 해운, 조선, 물류, 선박금융, 수산을 총괄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의 부서를 그대로 두면서도 기능을 통합하고 조절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총괄 위원회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선주사의 육성으로 부울경의 해사크러스트를 완성하자는 제안이다. 현재 해상운임은 폭등했고, 운송인은 선박이 없어서 빌려 올 선박을 구하느라고 분주하다. 선주 사업을 크게 하는 일본이나 그리스 선주들은 크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주사를 전업으로 하는 회사가 없다. 선주사 체제하에서 선주는 선박을 소유하고 빌려주는 영업을 하여 임대료 수입을 얻는다. 선박 임대사업과 더불어 자사 소속 선원을 승선시키기도 하는데, 이 경우 선원 고용 효과도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 외항상선대는 약 1200척이다. 이것을 장차 1500척으로 늘리고 부울경에 본사를 둔 선주사가 300척 정도를 소유하게 되면, 해사크러스트가 완성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선주사는 매년 일정한 수량의 신조선을 할 것이고 기자재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해운과 조선이 상생한다.

네 번째는 해운사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종합물류 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우리 정기선사들은 바다 운송에만 국한하여 영업한다. 육상·해상·항공운송을 한 사람의 운송인이 인수한 것을 복합운송이라고 한다. 현재는 이런 운송은 물론이고 제품의 출하부터 시작되는 물류의 모든 흐름 즉, 포장, 라벨링, 통관, 하역 등의 업무를 한 사람의 상인이 모두 인수한 종합물류업이다. 우리 정기선사들이 종합물류 분야로 진출하여 머스크, DHL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 행정 일원화 등이 있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다섯 번째는 바다의 안전에 관한 지적이다. 세월호와 같은 해양사고를 예방하는 한편, 우수한 선원과 신조선의 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공영제를 실시하자는 제안이다. 우리나라 해역에서 고착화된 어선 사고를 줄이기 위한 공적 교육제도의 도입도 시급하다. 안으로는 선주, 화주, 조선, 선박금융이 서로 상생하는 ‘착한’ 해양수산, 밖으로는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강한’ 해양수산이 되어야 한다.

신해양강국운동은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산업계, 학계, 연구자들이 스스로 해양강국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바다의 날과 조선해양의 날 행사를 같이하는 것, 선박금융대출 이자율을 1% 포인트 내리기 위한 운동을 펼치는 것 등이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필자는 회원 500명인 ‘바다, 저자 전문가와의 대화’ 모임을 작년 9월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가동하여 비대면 공간에서 공부하면서 신해양강국 운동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신해양강국의 길은 분명히 열려 있고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우리는 수출입화물이 충분하고 선박 건조도 잘 되고 있기 때문에 해운업과 물류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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