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이 주도하는 ‘답정너’식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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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흐르면 학부모 협상력 저하

부산시교육청은 적정규모가 안되는 학교(초등 240명 이하·중등 300명 이하) 중 통학여건과 학생배치 계획 등을 검토해 폐교 대상 학교를 종합적으로 선정한다. 규모가 작다고 무조건 통폐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폐교 대상 학교를 통보하기 전까지는 통폐합 추진 과정이 불투명하다. 게다가 대부분 교육당국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기에 폐교가 확정되면 교사들조차도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가 힘들다. 학부모가 아닌 지역 주민들은 대화 상대조차도 될 수 없다.

최종 폐교 여부는 학부모들이 찬반 투표로 결정한다. 올해 초 문을 닫은 좌성초등학교의 경우 2018년 12월에 폐교가 통보됐다. 2019년 1차 투표에서 반대가 과반이어서 부결됐으나, 지난해 6월 2차 투표에서 가결(찬성 77.2%)됐다.

폐교를 반대한 학부모 A 씨는 “교육청이 반대 학부모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면서 “2년 동안 교육청의 압박에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A 씨는 교육청이 폐교에 반대하는 학부모 명단을 확보한 뒤 집요하게 연락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교육청 직원이 ‘왜 반대를 하시나’고 묻자 ‘학교가 좋아서 반대한다’했더니, 또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더라”면서 “싫다고 하면 학교운영위원장에게도 연락하는 등 전방위적인 작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학교 통폐합이 통보되면 보통 고학년 부모들은 학교 존속을, 저학년 학부모는 폐교 찬성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고학년 부모는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학교가 유지되길 바라지만, 저학년 부모는 아이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학교가 계속 운영될지 불투명하기에 차라리 빨리 다른 학교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교육청 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학년이 졸업하면서 폐교 반대 운동의 동력과 협상력이 떨어진다. 자녀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결국 반대했던 학부모들도 폐교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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