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논란에 어긋나는 ‘보수 교육감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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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부산의 보수 교육계가 추진 중인 부산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작업이 자칫 어그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데다, 일부 후보들 사이에서 이견까지 불거지는 탓이다. 단일화 기구 등이 갈등을 잘 봉합하지 못할 경우, 현 김석준 교육감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교육계의 ‘부산좋은교육감단일화추진위원회(이하 교추위)’는 다음 달 6~7일 여론조사로 1차 예비경선을 거쳐 6명의 후보 중 3명을 컷오프한다고 18일 밝혔다. 교추위는 지난달에 1차 정책발표회(부산일보 9월 16일 자 10면 보도)를 실시했지만, 2·3차 정책발표회는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생략했다. 최종 후보는 올 12월 10일 전후로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후보자 등록 전엔 ‘후보’ 못 써”
시민단체 선거법 위반 제기에
일부 후보 “단일화 과정 멈춰야”
교추위 “문제 없어” 강행 고수
갈등 봉합 불발 땐 ‘균열’ 불가피

그런데 최근 한 시민단체가 교추위의 후보 단일화 작업이 ‘불법’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지난 8일에 이어 18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단일화 후보를 쓸 수 없는 단일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선거법과 법원 판례에 따르면 후보자 또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은 출마 예정자는 ‘후보’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선관위도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고 입후보 예정자가 당선을 목적으로 후보자 명칭을 사용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단일화 참여자 중에서도 선거법 위반 논란이 가라앉기 전까지 단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추위의 한 후보는 “현재로선 후보라는 명칭 자체를 쓸 수 없고, 교육감 선거 관심도가 현저히 낮은 상태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로또 후보’가 탄생할 수 있다”면서 “단일화 진행을 중단하고, 내년 2월 예비등록 이후 단일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음 달 여론조사와 1차 컷오프는 교추위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지 모든 후보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고 반발했다.

앞서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 때는 부산 보수 교육감 후보가 그해 4월 10일 결정됐다. 올해보다 훨씬 늦게 단일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는 단일 후보를 일찍 결정해 보수 교육계의 힘을 더 실어 주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선거에서 단일화를 통해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형성됐는데도, 결국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한 데 따른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단일화 작업에 이탈자가 나올 경우, 보수 교육계의 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교추위 측은 선거법상 문제가 없어 일정 변화는 없는 입장이다. 교추위 조금세 공동위원장은 “시민단체 이의 제기 뒤 선관위에 문의했는데, 용어 사용만 잘하면 된다는 답을 받았다”며 “이를테면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예정자’ 또는 ‘교추위의 교육감 후보’ 사용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현재 일정을 반대하는 후보는 6명 중 1명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올 7월 3선 도전 의사를 이미 밝힌 상태다. 내년 선거에서 보수 교육계가 분열할 경우 김 교육감에게 상대적으로 편한 선거가 될 수 있다. 김 교육감은 진보 이미지를 탈색하고, 청렴·미래교육·무상급식 등을 앞세워 차별화를 하고 있다.

2014년에도 보수 후보였던 임혜경 전 교육감과 박맹언 전 부경대 총장의 단일화가 결렬된 전례가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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