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여자] 이게 등굣길인가요, 등산길인가요?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진유민 jmi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에 이런 길이 있다고?”

부산을 제대로 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매는 ‘걷는 여자’가 시즌 2로 돌아왔습니다. 걸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부산의 곳곳을 알려주세요. 진 땅이든 마른 땅이든, 까꼬막이든 계단이든 ‘뚜벅율’이 걸어보겠습니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한 ‘걷는 여자’ 첫 시즌에서는 5곳을 걸었습니다. 부산 중구 오름 소공원 옆 계단을 시작으로 좌천역~증산공원 오르막길, 물만골 마을~황령산, 동의대역~동의대, 토성역~아미동 비석문화마을까지. 지난 시즌 가장 인기 있었던 영상은 단연, 가장 험난했던 동의대 편이었습니다.

동의대 편이 업로드되고 나니, 유튜브 채널에 댓글이 달렸습니다. “동아대 하단캠퍼스는 아침마다 등산객들과 같이 올라갑니다^^” 그리하여 새롭게 돌아온 ‘걷는 여자2’의 첫 장소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동아대 승학캠퍼스.

새롭게 돌아온 '걷는 여자2'의 첫 번째 장소는 동아대입니다. 새롭게 돌아온 '걷는 여자2'의 첫 번째 장소는 동아대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신문물’인 스마트 워치를 활용해 좀 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뚜벅율’이 걷고 있는 곳의 고도와 경사도,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아대 승학캠퍼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출발했습니다. 오랜만에 대학생이 된 기분을 느껴보라는 뜻인지, 제작진이 준비한 전공 서적 무게의 책 두 권과 테이크 아웃 커피를 건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전공 책 대신 태블릿PC나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고 어필해 봤지만, 가볍게 무시하는 제작진. 별수 없이 두 손 무겁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정문에서부터 계단의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묵묵히 ‘108계단’을 오르고 나니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펼쳐졌습니다. 공대2호관을 지나자 경사가 조금 더 가팔라지는 경사. 책의 무게 탓인지 슬슬 손목에서부터 뻐근함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을 맞아 평지로 내려가는 학생들의 안쓰러운 시선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길을 올랐습니다.

자신 있었는데 막상 108계단을 쉼없이 올라가려니 꽤나 힘들었습니다. 끝지점에 다다르자 발걸음이 급격히 느려졌습니다. 자신 있었는데 막상 108계단을 쉼없이 올라가려니 꽤나 힘들었습니다. 끝지점에 다다르자 발걸음이 급격히 느려졌습니다.

목표 지점인 기숙사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등산로의 느낌이 물씬 들었습니다. 실제로 기숙사 옆 학군단으로 가는 길은 승학산 등산길과 맞닿아있기도 합니다. 종아리 당기는 느낌이 더 강해져, 경사가 급해졌음을 직감했습니다. 마지막 스퍼트로 기숙사의 계단을 달렸습니다. 순간 경사도가 30%까지 올랐습니다. 숨 가쁘게 올라와 뒤를 돌아보니, 을숙도와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뚜벅율’의 동아대 걷기는 동영상 참고

기숙사까지 오르는 동안 등산객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댓글이 과장됐나 보다’ 여기고 내려가는 동안 등산객 복장을 한 사람들을 두 명이나 마주쳤습니다. 역시 산자락 학교구나 싶었습니다. 부산지역의 대학 대부분이 산지에 위치해 있지만, ‘동’으로 시작하는 대학은 유독 더 높은 경사를 자랑하는 듯합니다. 다음 촬영지도 경사라면 빠지지 않는 대학인데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동아대 승학캠퍼스 기숙사 앞 계단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낙동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속이 뻥 뚫리는 풍광입니다. 동아대 승학캠퍼스 기숙사 앞 계단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낙동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속이 뻥 뚫리는 풍광입니다.

※‘걷는 여자’가 걸었으면 하는 곳, 댓글로 추천해주세요. 뚜벅율이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촬영·편집·구성=이재화 PD·진유민 작가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진유민 jmi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